특집대담 ‘리처드 기어 현각을 만나다’는 원래 처음부터 이 두 사람을 대담하려고 기획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11월 중순 불교TV에서 방영 예정인 티베트의 명상음악가 ‘나왕케촉’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불쑥 튀어나온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과정은 이렇다. 나왕케촉 주변 인물의 인터뷰어를 찾던 중 그와 리처드 기어가 절친하다는 것을 알았다.
리처드 기어는 1991년 미국 뉴욕의 티벳하우스로 나왕케촉을 초청해 공연을 열어줬다. 이후 기어와 나왕케촉은 절친한 사이가 됐으며, 나왕케촉이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까지 리처드 기어는 물심양면으로 그를 후원해 줬다. 그래서 나왕케촉 다큐를 위해서는 리처드 기어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8월말부터 리처드 기어 프로덕션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불자인 리처드 기어와 현각 스님의 대담을 기획하면 불자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현각 스님에게 취지를 전화로 알려 들었더니 스님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인터뷰는 9월 12일 한국에서 함께 간 현각 스님과 뉴욕 맨허튼에 있는 리처드 기어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리처드 기어는 불교적인 내용이 아니었더라면 바쁜 일정 때문에 인터뷰하기 힘들었을 거란 얘기를 했다. 그 말 속에서 그가 얼마나 불교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영화가 불교보다 더 큰 삶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달라이 라마를 많이 만나 중국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을 정도라고도 했다. 인터뷰는 주로 현각 스님이 묻고 리처드 기어가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터뷰를 마친 후 현각 스님은 “30년 동안 단 사흘만 수행을 못했다는 리처드 기어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가 갖고 있는 불교적 지식과 수행 수준이 상당히 높으며 스타라기보다는 수행자적인 풍모가 많이 느껴졌다”고 느낌을 피력했다.
실제로 제작진도 그에게서 진한 인간미와 깊은 수행 정신을 느꼈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멋진 영화”라는 리처드 기어의 말이 지금도 뇌리를 스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