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초겨울의 공기와는 달리 구법의 열기로 통도사 설법전은 뜨거웠다. 11월 16일 통도사(주지 정우)는 화엄산림대법회 입재를 맞았다. 입법계품의 선재동자처럼 선지식을 찾는 1만 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자리였다. 또 한 달 동안 진행됐던 화엄산림법회를 53일로 규모를 확대해 새롭게 봉행하여 의미가 깊다. 회향일은 2008년 1월 7일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법문으로 마친다.
통도사화엄산림대법회는 30여 년 전 1975년 동짓날 초하루에 시작했다. 입재법문은 당시 극락암에 주석했던 경봉스님이 법문했다. 그 당시 경봉 스님은 “사람의 얼굴에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 눈이 두 개, 귀가 두 개, 콧구멍이 두 개, 그리고 입이 하나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이게 바로 <대방광불화엄경>이다. 이 이치를 바로 알면 화엄경 법문의 참뜻을 아는 것이다.”고 설법했다. 이 격외소식(格外消息) 같은 법문은 후에 많은 사례로 인용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통도사 창건주 자장율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화엄경>을 설한 스님이다. 통도사의 ‘통도(通度)’라는 이름도 <화엄경>의 뜻인 통만법귀일심(通萬法歸一心)을 나타내는 말이다.
입재식에서 주지 정우 스님은 “가장 어린 선재동자를 구법의 길로 보낸 문수사리보살의 지혜와 보현보살의 덕목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며 “영가를 설법전에 모셔 한 달이 아닌 49일 동안 모시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통도사는 화엄산림법회 기간 동안 영가 천도를 실시하면서 영가에게도 화엄법문을 듣게 한다.
통도사 전계사 혜남 스님은 입재법문을 통해 “한마음 깨닫고 나면 깨침이란 그 자리를 떠난 것이 아니다. 깨닫고 보면 모든 것이 부처님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부처님이요 들리는 소리도 다 좋은 소리이다. 그러니 보고 듣고 말하고 목마른 것 아는 것이 <대방광불화엄경>이다. 이 말이 곧 1, 2, 3, 4, 5, 6, 7 이 <대방광불화엄경>이다”고 설법했다.
한편, 통도사는 화엄산림법회 기간 동안 석가여래와 자장율사의 금란가사를 친견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금란가사는 통도사 박물관에서 보관했으며 일 년에 한번 개산대재 행사 중에 공개됐다. (055)382-7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