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今空寂如如處에
水碧山深是道通이로다
예와 이제에 공적하여 여여한 곳에 물이 푸르고 산이 깊으니 이것이 도통이로다.
道火不能燒却口로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 하면
불이야 ~ 불이야~ 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입은 뜨겁지 않다는 말입니다.
수행자가 입으로 수행을 말하고 깨달음을 말해도 실다운 행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선가에서 흔히 말합니다.
공부를 함에 은산철벽을 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은산철벽이라는 장벽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결코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은 어불성설 (語不成說)입니다.
이 은산철벽이 무엇입니까?
공부의 완성에 있어서는 장애가 되겠지만 그 은산철벽이란 장벽에 부딪치지 않았다면 공부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직 공부가 진전되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우선 공부를 함에 있어서 은산철벽이 나타날 때까지 매진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다시 한 번 용맹심을 내어야겠지요.
오늘은 정해년 동안거에 들어가는 결제날 입니다.
결제란 깨달음을 얻겠다는 간절한 원력으로 스스로를 묶어 두는 것입니다.
오로지 깨닫기 전에는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 우리 한 번 멋진 결제를 해봅시다.
草木三冬皆入定은
凍寒氷雪鍊精時라
多經風雨險過事는
只待開花香發時로다
무슨 말인고 하면
삼동겨울이면 초목들도 선정에 드나니
뼈골에 사무치는 추위 속에서 정기를 단련하려 함이네
그렇게 험난한 비바람 눈보라를 겪는 것은 봄이 오면 꽃을 피워 온천지에 향기를 뿜어내기 위함이로다.
고인의 말씀처럼 오늘 동안거 결제날 산천초목들도 함께 결제를 합니다.
혹독한 눈보라와 추위를 견디면서 겨울을 보내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뼈에 사무치는 고통을 이겨내지 않고서는 자신만의 향기를 뿜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부대중들은 저 산천초목에 견주어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라만상 중에 으뜸인 사람의 몸을 받았고 올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불법도 만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용맹심으로 정진해서 각 자의 태평가를 부르는 것만 남았습니다.
이번 결제에는 반드시 태평가를 불고 말겠다는 결심으로 동안거에 임하기 바랍니다.
秋水長天에 上下圓融한데
一色蘆花에 明月往來하니
頭頭毘盧요 物物華藏이로다
가을 물 긴 하늘이 아득히 짙푸른데
흰 갈대 꽃에 밝은 달이 오고가니
모두 비로자나요 온 것에 화장세계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