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개방형 이사 선임을 놓고 조계종이 시끄럽다. 종회의장과 종회의 한 종책모임이 의견을 달리하며 성명서를 내며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는 형국이다. 종회의장은 종단의 기구에서 추천한 인사의 범위에서 선임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종책모임은 그와 다른 입장을 보인다. 밖에서 보기엔 일종의 지분다툼이기도 하다.
올 한 해 동국대는 개교 이래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 이제 웬만한 사람이면 동국대 하면 ‘신정아’ ‘학력위조’ ‘영배 스님’ ‘장윤 스님’ 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지경이다. 목탁대학(불교대학)이라던가 양주동 서정주 경찰행정학과 등을 떠올리던 시절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져 있는 것이다.
동국대는 조계종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성과 참회가 가장 절실한 집단으로 각인되었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기념하는 법회에서 참회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국대는 학교나 이사회 차원의 참회나 책임질 사람의 책임 있는 행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은근슬쩍 넘어가는 형국에서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또 다시 구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정아 사건’이 동국대 이사회에서 발생한 점을 미루어 본다면 지금의 이 국면은 종단과 학교가 함께 비난을 받아 마땅한 행태다.
우리는 여러 차례 동국대의 오늘을 개탄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확실한 책임과 새로운 다짐을 통한 빠른 치유를 당부 했었다. 조계종의 참회와 자정에 진실성이 충만하여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길 염원 했었다. 그런데 해도 넘기기 전에 또다시 지분다툼의 모습을 입법부격인 중앙종회가 앞장서서 보여 준다는 것은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조계종을 꿈꾸며 재가자들까지 참여시켜 꾸린 ‘종단청정위원회’는 이름만 지어놓고 문도 열지 않은 상황이니 더욱 답답할 뿐이다. 종단이나 중앙종회 동국대 이사회는 눈을 재가자(세간)에게로 돌려야 할 때다. 중앙종회의 종책모임을 해체하더라도 화합과 상생의 구조를 확립하지 않으면 재가불자들의 존경과 신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