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불자라고 밝힌 그는 “공중파 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사주와 역학 등을 주제로 다루면서 배경 화면으로 사찰에서 절하는 모습을 썼다”고 제보했다. 최근 ‘신정아 사건’으로 촉발된 일련의 일들로 불교계의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된 데다, ‘불교=기복’이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퍼질 것을 염려한 것이다.
불자라면 TV나 신문, 잡지 등 언론에서 종교 편향적인 보도를 접하는 경우가 한두 번 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인 분노를 느낄뿐 이를 어디에 제보하거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올해 초 ‘월정사 문화재 보수지원비 유용’을 보도한 MBC는 월정사측이 강경 대응해 정정 보도를 했고, 스님을 우스갯거리로 삼은 유머를 게시한 문화일보 역시 본지가 문제를 제기하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개별 단체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왜곡보도나 불교폄훼 등은 묻혀 넘어가기 십상이다.
최근 조계종이 불교계에 대한 왜곡보도를 이유로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을 펼침으로써 불자들의 언론 종교편향, 왜곡보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신정아 사건으로 언론의 ‘맹공’을 맞은 조계종은 내년부터 사단법인 보리(이사장 김재일)와 함께 정기적인 언론모니터를 실시하는 한편, 법무법인 바른(대표 김동건)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언론의 왜곡보도 등에 대한 법률자문을 받아 신속히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는 등 대언론 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또한 언론모니터 및 분석보고, 불교미디어정책개발연구비 등 방송미디어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기획실 내에 ‘미디어팀’을 신설해 홍보인력을 충원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이웃종교의 경우 이미 각 종파를 아우르는 대 언론 기구를 갖추고 있다.
개신교는 한국교회언론회(이사장 최성해)가 언론모니터위원회를 두고 모니터링과 언론조사 등을 펼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실행위원회를 통해 언론 모니터링을 하고, 방송이나 기사에 대한 논평을 발표한다.
가톨릭은 올해 천주교중앙협의회 내에 미디어팀을 신설하고 외신과 국내 기사, 신문ㆍ인터넷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교구 내에 자체 미디어담당을 두는 등 각 지역 교구별로 언론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지역 언론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도록 했다.
불교계의 유일한 방송모니터링 단체인 사단법인 보리의 경우 1990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언론교육을 실시하고 방송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지만, 후원회 조직이 없어 후원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김재일 이사장은 “불교계는 왜곡보도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모니터링에 관심을 가질 뿐 지속적인 지원이나 활동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전국 신도교육이나 본말사 주지교육 등에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언론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단 차원에서 전문 모니터팀과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김 이사장은 “불자들이 언론의 왜곡보도를 접했을 때는 보리 사무국으로 전화를 하거나, 해당 언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언론의 왜곡보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02)745-5811 김강진 여수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