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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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보살 되어 통일불국정토 이루리
천태종 조불련 11월 14일
‘6.15 공동선언 실천 대각국사 의천 스님 열반다례재 법회’ 봉행

안개가 자욱했다.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임진각에서 합류한 7대의 버스가 남측 CIQ(출입국관리소)를 거쳐 북측 CIQ에 이르는 시간까지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대한불교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과 총무원장 정산 스님 등 종단 지도자 스님들과 신도들이 개성 영통사로 향하는 길이었다. 11월 14일, ‘6.15 공동선언 실천 대각국사 의천스님 열반다례재 법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간, 안개 자욱한 이 날은 ‘어제의 날’도 아니고 ‘내일의 날’도 아닌 오직 2007년 11월 14일이라는 ‘오늘의 날’일 뿐이었다. 물론 무시무종의 시간 속에 오늘이 있을 수도 없다. 900여 년 전, 1101년 늦가을 입적한 고려의 국사 의천 스님을 기리는 다례재의 의미를 분절체로서의 시간 속에서 따질 일은 아니다. 계절이 수 없는 반복으로 살아 있듯 인간의 시간도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분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날의 다례재는 시간이 아닌 공간으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향훈이 되살아 난 영통사는 남북통일과 민족의 화합을 상징하는 숭고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영통사. 개성시내를 벗어나 산길을 돌고 호수를 휘돌아 도착한 오관산 영통사는 가을보다 깊은 고요에 침잠되어 있다가 불심 가득한 남측의 사부대중이 당도하자 덩실 춤이라도 추는 듯했다. 맑은 계곡물과 장엄한 봉우리들 그리고 산뜻하게 복원된 당우들이 한 폭 그림으로 남측의 사부대중을 반겼다.


대웅전격인 보광원(普光院) 앞 북측의 국보 제133호인 5층 석탑을 가운데로 하고 300여 남북의 사부대중이 정연하게 앉으면서 법회는 시작됐다. 조선불교도연맹(이하 조불련)의 정서중 서기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시작된 법회는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을 시작으로 헌화와 헌향을 하면서 엄숙함을 더하기 시작했다. 법회에는 남측에서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과 총무원장 정산 스님 총무부장 무원 스님 사회부장 경천 스님 등 종단 주요 지도자와 270여 명의 신도들이 참가 했고 북측에서는 조불련 심상진 부위원장을 비롯해 정서중 서기장 한서중 부장 차금술 부장 최용호 김진삼 장철수(혜명, 영통사 주지) 스님 등과 안내원이 참가했다.

반세가가 넘는 분단의 시간을 뛰어넘어 남북 불자들의 합일된 의지로 영통사가 복원되고 그 너른 마당에서 남과 북의 불자들이 함께 합장하고 하나의 목탁에 맞춰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이어지는 법회. 분명 이 법회는 분단이라는 시간과 이념이라는 공간을 다 넘어선 곳에서 대각국사의 의천 스님의 ‘회삼귀일’ 사상을 눈앞에 드러내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형연(香煙)같은 안개가 산허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법회에서 심상진 조불련 부위원장은 “불신 대결의 북남 관계가 6.15 선언의 기치 아래 화해 단합 번영 통일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며 “북남의 불교도가 온 겨레의 통일열망을 물씬 담아 화합하고 통일불사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도 “대각국사의 회삼귀일과 회통정신을 분단의 오늘에 돌이켜 통일불국토를 이룩하는데 합심진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양측의 대표자들이 열망하는 민족 화합과 통일의 ‘열망’은 천태종 사회부장 경천 스님과 영통사 주지 혜명 스님이 함께 봉독한 발원문에서 절절하게 묻어 났다.

“법계에 가득하신 거룩한 부처님, 뜻 깊은 10월에 이어 찾아 온 11월에 우리들은 하나가 되어 한마음 기울여 합장 발원 하오니 오늘의 이 ‘6.15 공동선언 실천, 대각국사 의천스님 열반다례재법회가 내 나라 통일을 위해 나선 북과 남의 사부대중들이 6.15 통일 시대를 빛내며 나아가는 어엿한 통일 보살로 거듭나는 소중하고도 또 소중한 순간이 되도록 무량한 가호를 내려 주십시오.”


법회에 이어 대중들은 보광원 뒤쪽의 경선원(敬先院)에 모셔진 대각국사 의천 스니므이 영정 앞으로 모였다. 각종 재물이 차려진 가운데 종정 도용 스님의 헌향으로 다례가 봉행됐고 참가자들은 의천 스님의 가르침이 통일의 영광으로 나투기를 염원했다. 그 염원은 대각국사의천스님의 비가 서 있는 영통사 앞마당에 한 그루 소나무로 심어졌다.

소나무의 푸른 가지들은 새 땅에 뿌리를 내려 세세생생 그 푸름을 더해 갈 것이다. 남과 북, 북과 남의 불자들이 염원하는 통일불국정토가 열리는 그 날까지.
개성/글=임연태 사진=김주일 기자 | mian1@hanmail.net
2007-11-16 오전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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