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돈이 없어서 기부는 꿈도 못 꿔요.”
“적은 금액이나마 기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날이 추워지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매체에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는 마음이 아프다가도 ‘기부’라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어려운 일인 줄 알고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기부는 어렵지 않다. 적은 금액이라고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마음가짐, 그것이 기부의 출발점이다. 다만, 기부를 하기 위한 통로를 찾는 수고는 해야 한다.
소액기부로 작은 것을 나눈다는 마음을 공유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재단법인 아름다운재단(이사장 박상중)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설립 취지 자체가 우리나라의 기부문화 정착과 확산에 있다. 2000년에 설립된 아름다운재단은 첫 등장때부터 소액기부 붐을 일으켰고 현재는 ‘1%나눔’운동을 통해 기부문화 대중화 힘쓰고 있다.
불자들이라면 불교계 복지ㆍ교육기관들의 기부 프로그램에 더욱 관심이 갈 것이다. 특히 각 종단 사회복지재단에서 소액기부자들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1997년부터 ‘결연후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는 매달 단체 및 개인 결연후원자 1000여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저소득층 청소년ㆍ독거노인ㆍ심신장애인ㆍ모자가정ㆍ한부모가정ㆍ조손가정 등에 5~10만원씩 전달하는 사업이다. 가장 적게는 2000원부터 기부가 가능하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박찬정 복지사업부장은 “후원금 2000원이 적은 금액 같지만 그 돈이 모이면 크게 변할 수 있다”며 “불자들이 결연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후원금을 받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참여를 호소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셰어윌(share will)’이라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이는 금전적 후원이 아니라 ‘정신적 후원’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즉,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직업의 의미나 경험, 정보 등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천태종복지재단에는 결식아동 3:1 릴레이 후원 프로그램인 ‘만만(滿만熳)후원단’이 결성돼 있다. ‘따뜻한 마음이 끝내 빛난다’는 뜻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천태종 사찰 신도 3~4명이 일정금액을 모아 저소득가정 학생 점심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후원단은 2004년부터 태백 탄광촌의 태서초등학교를 위시해 춘천 대구 포항 등의 학교 12곳 95명의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돼지해인 2007년에는 종단 사찰 산하 유치원, 어린이집, 사찰 등 100여 군데에 돼지저금통을 배포, ‘복돼지 키우기’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아이들의 소액기부운동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도다.
진각복지재단은 2004년부터 회원 1만명 모집을 목표로 ‘만월회(滿月會)’를 운영 중이다. 이는 매월 1만원씩 후원하는 후원결사운동으로 A가 1만원을 후원하면서 B에게 추천하는 릴레이 방식이다. 현재 참여인원은 2200여명이며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만월회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앞으로 종합복지타운, 납골당 건립, 복지재단 특화사업 등의 큰 사업은 물론, 시급하게 의료비가 필요한 이웃들에게도 지원될 계획이다.
소액기부금이 꼭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여성개발원과 같은 불자교육기관의 예산 편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교여성개발원 산하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은 매월 5천원~1만원을 기부하는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불교여성개발원에서는 매달 개최되는 ‘불교여성지도자와의 대화’에 후원회원들을 우선 초대하며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상세히 알린다.
또 11월 20일 발족될 중앙승가대 후원회는 승가교육의 든든한 힘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승가대 후원회는 대만 불광산사 후원회를 벤치마킹했다. 불광산사는 매월 200만명에게 2000원씩 후원받고 있고 있는데 1인당 1구좌씩만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승가대 후원회 역시 1인당 4구좌(1구좌당 5000원)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 많은 액수를 한 번에 기부하는 것보다 적은 액수라도 꾸준한 후원이 있어야 후원회가 예산을 세우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보시는 육바라밀의 첫 번재 덕목이다. 거리마다 낙엽이 쌓이는 이 때, 이웃을 위해 불교계가 운영하는 ‘소액기부’에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