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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신도회(회장 이연숙)가 11월 13일 신임 주지로 원학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이 임명된 데 대해 임명 철회와 원학 스님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신도회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추진하는 국제선센터 건립부지로 조계사 소유의 서울 양천구 신정동 부지가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사찰운영위원회와의 논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신도회는 11월 15일 조계사 큰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스님들과 신도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신도회는 호소문을 통해 “신임 주지 임명으로 종단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번 인사는 조계종 총무원이 스스로 종무행정시스템을 일방적으로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도회는 조계사 소유의 부지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국제선센터가 건립되는 것에 대해 “신정동 부지는 신도들의 시주와 은행 대출로 구입한 것”이라며 “종법상 사찰운영위원회가 사찰의 최고 의결기관임에도 규정을 어겼고, 조계사 종무회의에서조차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을 발표한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신정동 부지에는 20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있음에도 5층 건물을 지어 주변환경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조계사는 부지 구입으로 떠안은 은행 빚마저 갚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주지 인사에 대해서는 “조계사 신도들을 분열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호소문에서는 “원학 스님은 조계사 부주지를 맡고 있던 1998년 정화개혁회의에 참여해 종단에서 멸빈이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최근에 복권됐다”며 “또 다시 원학 스님을 조계사 주지로 발령한 것은 신도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또한 신도회는 주지 임명 다음 날인 11월 14일 당시 원학 스님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조계사를 찾아와 신도들을 설득하는 등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도회는 이어 ▲주지스님 인사 시 (가칭)인사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하거나 종회 논의를 거쳐야 할 것 ▲조계종 총무원은 조계사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사찰운영위원회와 충분히 논의할 것 ▲주지스님의 임기를 일반사찰과 동일한 4년으로 지정할 것 ▲조계사 재산의 이용이 있을 때 사찰운영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논의할 것 ▲주지스님 해임을 최소한 내년 초파일까지 유보할 것 ▲총무부장 원학 스님을 징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연숙 신도회장은 “모든 행정업무는 구성원과의 논의 후 이뤄져야 함에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조계사라는 개별 사찰의 문제가 아니라 조계종 사찰 모두에 해당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영환 신도회 수석부회장은 “전례 없이 총무부장이 조계사 주지를 겸직하게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며 “그동안 신도회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 온 사업들을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조계사 신도회는 원학 스님의 주지 임명이 이뤄진 13일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면담했으며, 다음 날인 14일 신정동 토지 구입으로 발생한 부채 68억 상환과 주지 임명 철회 등의 요구사항을 총무원에 서면으로 제출했다.
신도회는 16일부터 조계사 경내에서 묵언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신도회 이영우 부회장은 “묵언시위에도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주지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정근 등을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조계종 스님들과 신도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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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의 정치적 상황이나 일부 스님의 야욕에 의해 조계사 신도의 신행 생활이 침해받을 순 없습니다.
지난 13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원담 스님 해임과 총무원 총무부장 원학 스님 임명으로 족사 신도들은 물론 종단 안팎 인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번 인사는 단순히 몇몇 사찰의 주지가 바뀐 것을 뛰어넘어 조계종 총무원이 스스로 종무행정시스템을 일방적으로 파괴하고 1994년 종단 개혁의 원칙마저 철저히 유린한 것입니다. 특히 조계사 신도들은 최근에 일어난 다음 2가지 흐름 때문에 이번 인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종무행정 시스템을 철저히 유린한 일련의 사건 때문입니다. 최근 총무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조계사가 소유하고 있는 약 700평의 신정동부지에 국제선(禪)센터를 건립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신정동 부지는 조계사 신도들이 모든 돈과 은행 대출을 받아 1992년도에 약 35억을 주고 구입한 것입니다.(현재 시가 약 160억원) 하지만 총무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조계사 측과 단 한차례의 협의도 없이 언론에 지상 5층, 지하5층 건물을 건립해 국제선센터로 활용하기로 확정하였습니다. 사찰에는 스님과 신도들로 구성된 사찰운영위원회가 존재합니다. 종법상으로도 사찰운영위원회는 사찰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조계사 역시 종법에 따라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매우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헌ㆍ종법을 따라야 할 총무원이 스스로 만들어놓은 사찰운영위원회 규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추진을 발표하였습니다. 심지어 국제선센터 건립에 관한 사항은 조계사 종무회의에서 조차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조계사 신도회측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미 10월 경에 설계를 비롯한 제반 준비가 끝났으며 이미 양천구청 측에 건설 가능성 여부에 대한 타진도 마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업 추진에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조계사 인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심증을 갖게하기도 합니다. 조계사는 최근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전법회관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이미 증여한 바 있고 일주문 맞은 편 부지에도 템플스테이 정보화사업관을 건립하는 데 최대한 협조하기로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신정동 부지에는 무슨 목적과 어떤 용도로 건물을 짓기에 조계사 신도 어느 누구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신정동 부지는 고도제한이 80m로 20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이며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지나치게 왜소한 건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변 환경을 전혀 무시하고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금 190억원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주변환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제선센터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 부지 구입 당시 조계사는 부설 포교당 등의 활용을 통해 은행 부채를 탕감할 계획을 가졌으나 이제 은행빚마저 갚기 어려워 조계사의 재정은 더욱 위축될 것이며 남은 은행 부채는 고스란히 또 다시 신도들의 몫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종법을 무시하고 온갖 무리수를 두면서 국제선센터를 고집하는 총무원의 행태는 즉각 바로 잡아져야 합니다. 두 번째, 원학 스님을 주지로 임명한 것은 조계사 신도들을 분열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주지 임명장을 받은 총무원 총무부장 원학 스님은 1998년 당시 조계사 부주지 소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원학 스님은 당시 조계사 주지였던 현근 스님(현재 멸빈)과 함께 정화개혁회의에 참여해 일부신도들을 추동해 종단의 근간을 흐트러트려 종단으로부터 멸빈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조계사 신도들은 종단의 내홍과 일부스님들의 신도동원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도회가 분열되고 종무행정까지 마비된 상태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상처도 이제 일부 치유되었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여하한 절차에 의하여 원학 스님 역시 멸빈에서 복권되었습니다. 이 복권에 대해 조계사 신도들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상처가 아물어 가고 있는 와중에 또 다시 원학 스님을 조계사 주지로 발령한 것은 조계사 신도들을 무시하는 추악한 인사발령입니다. 주지 임명이 있는 다음 날(14일)만 하여도 당시 사태로 절을 떠났던 원학 스님 추종 신도들이 절에 찾아와 조계사 신도들과 충돌하는 일이 빚어졌습니다.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위로는 총무원장스님을 보필하고 밑으로는 신도들을 아우르셔야 할 분이 스스로 만든 인사를 통해 또 다시 조계사 주지로 오겠다는 발상은 누가 보아도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사태를 계기로 조계사 신도들은 오늘부터 주지 인사가 철회 될 때까지 참회정진에 들어갑니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계사는 한국불교의 얼굴입니다. 때문에 주지스님 임명시 지금처럼 급박하게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가칭)인사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하거나 종회의 논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2. 조계사는 종법에 따라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찰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나 중요결정사항은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보고되거나 승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종법도 인정하고 있는 바입니다. 총무원 역시 조계사와 관련된 일을 추진할 때는 (조계사)사찰운영위원회와 충분한 논의를 하거나 협의라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3. 조계사는 그동안 종단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주지스님의 위치가 흔들리거나 교체되는 상황을 맞아야만 했습니다. 이것은 조계사의 장기적인 사업계획이나 업무추진에 큰 장애물입니다. 최소한 스님이 부임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임기를 지정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일반사찰과 동일한 4년이 가장 적당할 것입니다. 4. 현재 조계사 소유의 신정동 소유부지에 국제선센터 건립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주문 맞은편 견지동 땅에는 템플스테이 사업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선센터 등을 사찰운영위원회 등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이 총무원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사찰운영위원회 구성을 명문화해 놓은 조계종의 종법에 어긋나는 사항입니다. 조계사 재산의 이용이 있을 때는 조계사 사찰운영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논의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5. 조계사 주지스님 해임을 유보해야합니다. 갑작스러운 해임으로 신도회 등 조직의 와해와 업무 공황상태가 우려됩니다. 최소한 내년 초파일까지라도 해임을 유보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6. 총무원 총무부장(원학)스님 부임 후 여러 곳에서 원성이 높습니다. 총무원장 큰스님의 보필과 신도들과의 원만한 관계 등을 져야할 이가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종무행정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총무부장 원학 스님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합니다. 불기 2551(2007)년 11월 15일 조계사 신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