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사회복지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조금 소홀한 분야가 있다. 바로 장애인복지다. 불교사회복지 중 장애인복지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는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성산) 조석영 사무국장(45). 그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전 별로 재미가 없는 사람인데….”
민망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는 조 국장은 정말 진지한 복지맨이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89년 서울정신지체인복지관을 시작으로 18년이 넘는 시간을 장애인복지에 매달려왔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8월에는 서울시립대 사회복지대학원도 졸업했다니, 실무경험으로나 학문으로나 베테랑이라 할만하다.
“저는 장애인 복지가 제 숙명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안동 집 근처에 장애인생활시설이 있어 그곳을 보고 자랐거든요.”
조 국장이 중학교 2학년이었던 무렵, 한창 새마을운동이 일어 시골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재건축하던 때였다. 페인트에 섞으려 가져다 놓은 신나가 군불에 잘못 뿌려져 조 국장은 큰 화상을 입게 됐다. 당시 조 국장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을만큼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의 목 언저리에는 아직도 그 때 화상 흔적이 남아있다.
“한창 예민한 때라 방황도 좀 했죠. 하지만 부모님께서 제게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한 길만 보고 한 길만 걸어온 그가 불교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불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 국장의 할머니가 안동 봉정사 극락전을 가실 때 뒤에서 쌀을 들고 10리를 함께 걸어다닌 인연이 강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이라는 자리까지 연결된 것이다.
자신도 불자이기에 항상 복지관에서 불교식 프로그램을 총 동원하려 애쓴다는 조 국장.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장애인들이 사찰이나 불교장애인프로그램을 이용하기 힘들어 타종교로 개종하는 경우라고 한다. 사찰도 불교계도 장애인에게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복지’는 무엇일까. 꼼꼼한 성격으로 복지관 살림을 챙기는 그는 이용자들에게 맞추는 것이 가장 좋은 복지라 생각한단다.
“복지는 평범하게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욕구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죠.”
열심히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그는 요즘 장애인복지 관련 책을 준비하고 있다. 93년부터 강북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며 쌓은 장애인복지 노하우를 그냥 묵혀두기 보다 불교계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단다.
“‘불교장애인복지 개론서’를 쓰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 분야는 불교계가 후발주자다 보니 자료가 많이 부족합니다. 미력하나마 조금씩 제 노력의 결과도 불교장애인복지 자료로 축적해놓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