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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기량, 독특한 음색의 조화
[리뷰] 니르바나 제5회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를 보고

“커지고 강해졌다.” “훌쩍 자란 느낌이다.” “감동적이다.”
지난 11월 7일 저녁 7시30분 여의도 KBS홀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마련한 소아암어린이돕기 다섯 번째 자선음악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장문학(안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씨가 지휘봉을 잡은 니르바나는 잘 다듬어진 목관을 바탕으로 풍부한 현악기의 사운드를 선보이며 대체적으로 다른 오케스트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음색을 만들어냈다.

1999년 창단 이후 수십차례의 공연을 거치면서 기량의 안정화를 이루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독자적인 개성을 추구하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볼 때는 악구들 간의 이음새가 가끔 매끄럽지 못해 연주의 정교함은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첫 레퍼토리로 선정된 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제 2번 ‘몰다우’는 이번 소아암돕기 기획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곡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곡자인 스메타나는 평생을 고난과 고통 속에서 살다 갔다. 음악가에게는 재앙일 수밖에 없는 청력 이상도 생겼다. 하지만 그는 이에 맞서 창작혼을 불살랐다. 음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작곡하기 시작한 것이 6개의 곡으로 이뤄진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이다.

서로 다른 두 곳에서 흘러나온 뒤 합류해 프라하를 지나는 블타바(몰다우) 강처럼, 이 곡에서는 내면에 드리워진 슬픔이라는 내적인 흐름과 이를 승화한 우아함이라는 외적인 흐름이 어우러지고 있다. 니르바나의 다양한 음색과 풍부한 음향이 관현악으로 잘 조화됐다. 휘몰아치는 종결부가 끝나자 1000여 관객들은 열광적인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연주된 프로코피에브 ‘피터와 늑대’는 짧은 곡이었지만 영화배우 이지해씨의 해설과 다양한 타악기가 동원돼 독특한 색채와 동화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세 번째로 선보인 ‘슬라브행진곡’에선 터키 지배를 받던 슬라브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니르바나가 내뿜는 선율에 고스란히 담겨 전해졌다. 또한 하얀색 정장에 색소폰을 들고 나온 이인권씨의 영화음악 연주는 압권이었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의 음색과 뮤지컬 배우 빰치는 차분하며 신들린 듯한 율동은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관객들은 흥에 겨운 환호성을 여기저기서 질러댔다.

니르바나는 영화음악의 조용한 결말에 아쉬움이 남았는지 앙코르곡으로 그리그의 페르퀸트 조곡을 선택해 공연장을 드라마틱하고 열광적인 분위기로 이끌었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는 특히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아 더욱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공연을 끝낸 강형진 단장은 환희심에 북받쳤는지 무대에서 관객들을 향해 삼배를 올려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리고 이진구씨의 창작찬불곡인 ‘내마음의 부처’를 마지막 선물로 보내 주었다.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들이 이 공연을 보았다면 아마 큰 희망을 가졌을 것으로 기대될 만큼 감동적이었다.

불교계의 힘든 여건속에서 지난 10여년간 클래식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지평을 넓혀온 니르바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불교클래식 음악의 더 큰 가능성과 역량을 과시한 무대였다.

니르바나는 대규모 교향곡을 소화해 내며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 이제 명실공히 불교 음악계 최고의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삼성전자, 하나은행 등 국내 7개 대기업이 후원을 해준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앞으로는 점차 높아지는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지속적인 ‘품질관리’가 니르바나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같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7-11-12 오전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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