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문가 우승택(삼성증권 자산클리닉센터장)씨의 ‘투자는 아무나 하나, 유식(唯識)으로 하는 투자학’ 의 두 번째 강좌인 ‘앙드레 코스탈라니의 투자철학’의 내용을 요약ㆍ정리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보면 ‘소유의 모드(Having Mode)’로 사는 사람과 ‘존재의 모드(Being Mode)’로 사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전자는 내 돈, 내 주식 등의 망상에 사로잡혀 업(業)대로 사는 삶이요,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유견(有見)에 갇혀 사는 삶이다. 반대로 후자는 불교적으로는 무아(無我)의 삶, 관자재의 삶을 뜻한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내 몸이 현재 ‘소유의 모드’로 묶여 있지만 모두 식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아는 진언이다. 내 스스로 열려 ‘존재의 모드’로 관자재하게 되면 몸 밖의 모든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금강경> 일합이상분의 ‘약세계실유자 즉시일합상 여래설일합상 즉비일합상 시명일합상 수보리 일합상자 즉시불가설 단범부지인 탐착기사(若世界實有者 卽是一合相 如來說一合相 卽非一合相이라 是名一合相 須菩提 一合相者 卽是不可說 但凡夫之人 貪着其事)’라는 말을 보자. 세계가 존재한다면 큰 하나의 합쳐진 모습인데 우리가 그렇게 보고 이름 붙인 것뿐이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진리란 오랜 전통이 있다 해서, 권위가 있는 사람이 말했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가고 있는 길이라 해서 진리라 믿지 말고 스스로 증득하라고 했다. 이를 증권시장에 적용하면 경제신문에 어떤 기사가 나고 어떤 소문이 들려도 섣불리 믿지 말고 스스로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헝가리 출신의 앙드레 코스탈라니는 철학과 예술사를 전공한 월가의 투자자다. 그는 증권시장을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정글이라 표현하고 컴퓨터 대신 머리로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 증권시장은 환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그의 기본철학으로 대중의 집단심리가 수급을 결정한다고 봤다. 코스탈라니가 말하는 군중심리는 결국 마음을 아는 것이다. 마음을 알고 읽을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다. 한 예로 주식의 거래량 증가를 두고 대중적 관심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안정적인 상황이라 해석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코스탈라니에 따르면 이는 깨달은 큰손이 깨닫지 못한 다수의 개미들에게 물건을 넘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부처님의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라 해서 진리가 아니다’는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코스탈라니는 대다수의 투자자는 전쟁터의 깃발 따라 행군하다가 깃발이 안보이면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는 병사들과 같다며 대중심리에 감염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현명한 투자자는 사색가여야 한다고 했다. 사고를 들여다보는 것이 바로 명상이고 선이다. 증권시장에서 (소유의 모드로 살아가는) 중생들의 생각을 지켜보고 (존재의 모드에서) 관할 줄 아는 자가 현명한 투자자다.
주식은 무엇을 살 것인지 보다 언제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쌀 때 사서 쌀 때 던져버리는 일을 수없이 반복한다. 또한 그들은 주식이 오르면 고소공포증으로 팔아버려 결국 부자가 되지 못한다. 시장은 겁을 먹어야지 놀라서는 안된다. 이것이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무유공포(無有恐怖)다. 코스탈라니는 환상과 상상이 성공의 전제조건이며 예측의 엔진이라 했다. 환상과 상상은 다름 아닌 공과 연기의 세계다. 마음을 아는 것은 세상을 아는 것이다. (02)735-2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