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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까지 봉사하겠습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수신회 유인섭 팀장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봉사단 수신회 유인섭 팀장
눈빛이 형형한 사람은 만인(萬人) 속에 묻혀있어도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의지가 그 눈 속에 서려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봉사단 수신회의 유인섭(67) 팀장이 바로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키가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인상이다. 만 65세가 넘었으니 법적으로 ‘노인’이다. 하지만 봉사단 내에서 그는 ‘만년 청년’으로 통한다. 봉사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소문난 분야가 목욕ㆍ발반사마사지. 유 팀장은 놀랍게도 그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 목욕봉사는 국립재활병원, 발반사마사지봉사는 마포노인복지관에서 각각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있다. 국립재활병원 목욕봉사팀 수신회에서는 팀장까지 맡고 있다. 이래저래 열혈 봉사자라 주위에서는 혀를 내두른다.

“처음 봉사하겠다고 나섰을 때, 친구들이 다들 말리더군요. ‘야, 네가 받아도 시원찮은데 무슨 봉사냐’면서요.”

요즘에는 친구들을 만나면 봉사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쁘다는 유 팀장은 처음 국립재활병원에 나가 목욕봉사에 참여했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많이 혼나면서 배웠어요. 거기 환자분들은 온몸이 마비돼서 정말 조심해서 서비스해드려야 해요. 때를 미는 방법부터 다시 배웠지요.”

유 팀장이 봉사의 참맛을 알게 된 것은 5년 정도 됐다. 아내의 권유로 조계사 불교대학 ‘44학번(불기2544년 학번)’으로 입학한 것이 계기였다. 불법(佛法)을 배우며 ‘꼭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자’고 서원하자 17살 때부터 꿈꿔왔던 ‘봉사하는 삶’이 보이더란다. 그래서 그는 불교대학을 졸업할 때 쯤, 스스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찾아갔다. 그렇게 그는 “일흔까지 반드시 일주일에 2번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새로운 원(願)을 세웠다.

서울 신림동에서 30년 가까이 포목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그는 “바쁘게 살았다”고 지난날을 상기했다. 유 팀장은 포목점을 하기 전, 30대 중반까지는 의류회사에 다니고 있었단다. 당시 섬유노조가 한창 생길 무렵이었고 그는 조합반장이었다. 그런데 노조활동 때문에 직장이 폐쇄돼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그는 쓰린 마음을 다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굳은 눈빛은 어쩌면 세월이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봉사는 어쩌면 결연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한 번 하는 일,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국립재활병원 추천으로 2006년 보건복지부장관상까지 수상했다.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5년 동안 달려왔지만 요즘 들어서는 “힘에 부칠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유 팀장의 식구들도 그런 그가 안쓰러울 터.

“집에서는 힘들다는 말 못해요. 체중이 줄어 아내가 근심이 많아요. 그냥 나이가 들어 그런 것이라 우기고 있어요.”

허허 웃으며 “일흔까지 계속하겠다”고 다시 다짐하는 유 팀장이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고민은 ‘봉사단을 어떻게 유지하는가’다.

“목욕이나 발반사 봉사가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내 서비스를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기분, 설명하기 힘드네요. 불자들이 많이 봉사하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7-11-05 오전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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