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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한 번 해볼래요. 시도는 해봐야 하는 거잖아요.”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10월 30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07 장애인취업박람회를 열었다. 여기서 만난 박현우(38ㆍ가명)씨는 하지장애5급으로 현재 실직 상태다. 한 쪽 다리 길이가 다른 쪽에 비해 조금 짧지만 움직이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이전 회사에서는 경리 일을 했습니다. 컴퓨터도 어느 정도 다룰 줄 압니다. 오늘을 기회삼아 적극적으로 구직해 볼 생각입니다.”
박씨처럼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 꽤 많았는지 박람회장은 하루 종일 북적였다. 이력서를 들고 찾아온 장애인과 각 시설 및 장애인단체 사회복지사들은 더 적합한 취직자리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380여개의 업체가 참여한 박람회 슬로건이 눈에 띈다.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사회 만들기가 실현되고 있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장애인의 고용비율을 높이고 있다. 이 제도에서는 전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2%이상의 비율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돼있다. 이외 업체에서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에는 신규고용장려금을 최대 6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물론 이런 행사나 제도가 장애인 실업 및 고용문제를 완전 해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고용문제를 공공연하게 사회로 끌어내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교계도 장애인고용에 대해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이번 장애인취업박람회에도 참여한 서울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성산, 02-989-4215)에서는 직업재활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기술은 물론 정보화교육까지, 2년에 걸친 취업교육을 실시한 후 취업을 알선한다. 강북장애인복지관의 가장 큰 장점은 장애인들을 구인업체에 맞춰 취직을 시키기 보다는 장애인들의 사정과 능력에 맞는 업체를 발굴해서 취업 알선한다는 점이다. 복지관 내에서도 셔틀버스 도우미, 공공근로 등을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맡기고 임금을 지급한다. 권윤철 직업재활팀장은 “장애인들이 취업에 대해 고민하면 우선 취업적합성 여부와 직무분석을 통해 그 사람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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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다래, 031-396-3108)은 ‘보호작업장’ 운영이 인상적이다. USB 완제품 생산라인을 갖추고 현재 생산에 한창인 이 작업장에는 발달 또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노동자 36명이 일하고 있다. 장애인들도 정교한 작업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다. 또 외주 인가공업체로부터 자동차 부품 제작주문을 받아 중간조립품 생산을 하거나 비즈ㆍ압화 공예로 액세서리를 만들기도 한다. 공예품이나 액세서리는 내부 또는 경기도청 행사가 있을 마다 직접 판매,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수익금은 당연히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몫이다. 이러한 자활지원 프로그램으로 군포장애인복지관은 2006년까지 4년 연속 보건복지부 자활기금사업 우수 집행 평가기관으로 선정됐다.
강릉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현각, 033-643-1801)에서는 ‘해오름식품’을 운영, 장애인 취업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해오름식품’은 보호작업장에서 출발해 현재는 일반사업자 등록을 마친 ‘제조업체’다. 현재 감자떡과 제빵ㆍ제과 상품을 만들어내는 이 업체에는 지체장애인 14명, 지적장애인 7명이 고용돼 있다. 이들은 현재 일반사업으로 판로를 개척, 수익을 내고 있다.
불교계 복지기관들에서 장애인취업지원과 고용에 힘쓰고는 있지만 그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 하나는 오직 장애인시설에서만 장애인취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산하 시설 중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 해당하는 시설이 생길 경우 반드시 정책을 따르도록 권고하고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종단 차원에서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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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점은 불교계 장애인취업지원이 거의 보호작업장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는 직종이 단순하다는 문제로도 연결된다. 보호작업장 대부분이 단순 노무라면, 장애인들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발굴할 수 있는 직종은 전문직ㆍ사무직 등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불교계가 장애인복지 자체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장애인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스님은 “교계 복지시설이 노인과 아동 시설 등에만 편중됐고 스님들은 장애인복지는 골치 아프다며 기피한다”고 비판했다.
11년간 장애인복지에 매진하고 있는 강릉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지명 스님은 “불교계는 장애인을 아직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어 취업 등 자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며 “장애인 취업은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내를 갖고 꾸준히 이끌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