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면 가슴이 아파오는 스님들이 있다. 1980년 10월 27일을 잊지 못하는 불자들이 있다. 무장 군인들의 무자비한 군화발이 법당을 휩쓸고 다니고 스님들이 강제로 연행돼 고문과 구타에 망신창이가 된 그 날의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 아픈 기억은 세월이 가도 새록새록 한데, 그날의 ‘역사’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10ㆍ27 법난’으로 이름 지어진 그 참람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극히 미진했고 불교계의 명예회복 노력 역시 미약했다. 어느새 20년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사건 뒤의 사건들을 파헤치는 일련의 성과가 발표 되었을 뿐이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가 10월 25일 그간 진행해 온 10ㆍ27 법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전두환 前 대통령이 사건 전후의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짙게 보고됐고, 매우 의도적이고 치밀한 계획 하에 일어난 불교탄압이란 점,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스님이 신군부의 뜻에 반하는 성향이었던 것이 사건 촉발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였다는 점 등이 보고됐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이 같은 조사 내용은 조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동기나 과정을 분명하게 밝히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그에 대한 응분의 보상 등이 폭넓게 논의 되어야한다. 이제 그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