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될지 알 수 없는 모양이다. 전공도 경력도 상관없다. 어느 순간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선택한 길 위에서 그저 흐름에 몸을 맡겼다는 복지현장을 달리는 사람. 그는 바로 이명희 총괄부장(45)이다.
이 부장이 일하는 곳은 하루에 어르신 2000명이 이용하는 서울에서 가장 큰 노인복지관,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일문)다.
“제가 이런 큰 시설에서 노인복지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인연이 계속 이어졌지더라고요.”
대불련 23기 여성부장출신의 이 부장은 사실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했다. 사서자격증도 취득했지만 졸업 후에는 경기도 성남에서 시민사회활동에 뛰어들었다. 여기까지 들어도 범상치는 않다.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는 그저 ‘자격증’ 때문이었단다. 이 부장은 “지인들과 아동상담소를 세우려다 보니 자격증이 필요해 대학원에 갔다가 사회복지에 빠져들었다”고 회고한다. 시민사회활동도, 사회복지도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기본의미는 같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불교사회복지에 대한 고민은 대학원 현장실습 때 생겼다. 개신교 시설에서 ‘나도 내 신념에 따라 불교사회복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꿈은 거기서부터 뿌리내렸다.
원을 세우고 나니 길이 보였다. 서울노인복지센터와의 인연은 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에 근무하던 2001년에 시작됐다. 그해 3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서울노인복지센터 수탁하고 시설 파견근무 요청을 해온 것이다.
“당시 시설세팅 문제로 하루 3번씩 회의했어요. 탑골공원의 자유로운 문화와 열린 공간을 꾸며 어르신들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죠.”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고민해가며 여타 노인복지관에서 볼 수 없었던 ‘열린 구조’의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만든 장본인이 된 이 부장. 시민사회활동가의 사회복지사 변신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르신들이 복지관에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시는 모습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막 뭉클해져요. 아마 노인복지 쪽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다 공감하실 거예요.”
그럼 상관으로서의 이 부장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스스로 ‘원칙적인 상관’이라 평한다.
“저도 인간으로는 자유롭고 싶어요. 하지만 복지사로 일할 때는 스스로 엄격해지려 합니다. 우리시설은 공적 자본으로 운영됩니다. 그러니 도덕과 질서가 중요하죠.”
긴 세월동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해 온 그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불교사회복지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센터에서 해마다 연등행사를 하고 명상 등의 불교문화를 접목시킨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불교사회복지 터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불교복지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키워내 ‘불교복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이 부장에게 가장 큰 화두다.
너무 바쁘게 살았지만 노인복지, 불교사회복지의 길 위에서 한 번도 후회해 본적 없다는 이명희 부장. 그는 그저 소박하게, 복지를 계속 하고 싶다고 한다.
“나중에 퇴직하면 보모를 하고 싶어요. 성장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 정말 뿌듯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