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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ㆍ농촌 구분 있나요, 같이 사는 세상에
서울 종로노인복지관 도농노인교류 프로그램 ‘징검다리’
10월 19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관). 경북 상주시 하서면 어르신 43명이 복지관을 찾았다. 서울의 청명한 가을 하늘이 먼저 어르신들을 반긴다. 하늘이야 상주가 더 깨끗하겠지만 서울 하늘도 가을빛을 받아 기분 좋기는 매한가지다.

이날 상주 어르신들은 종로노인복지관에서 마련한 도농교류 프로그램 ‘징검다리’에 참여하고자 서울까지 올라왔다. 고속버스 3시간 거리. 결코 가깝지 않지만 하서면 어르신들은 “마실 나온 셈 치면 되지”라며 허허 웃는다.

어르신들은 먼저 종로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눴다. 멀리서 온 이도, 손을 맞는 이도 서로 반갑다.

“우리 친구 왔네! 잘 왔네, 잘 왔어!”

유난히 반가워하는 종로 김성옥(67) 어르신과 하서면 강고지(66) 어르신. 서로의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모른다.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닌 듯한 두 사람. 알고 보니 10월 1일 종로 어르신 80명이 먼저 하서면에 내려가 농촌체험을 했다. 고구마도 캐고, 포도도 나눠먹으며 두 지역 어르신들끼리 친구하기로 했단다. 멀리서 벗이 오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상주 갔을 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공기도 좋지 사람도 좋지 상주에 완전 반했다니까요.”

하서면 어르신들은 먼저 복지관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시설을 살펴봤다. 종로노인복지관은 올해 3월 개관식을 갖고 서비스를 시작한 최신식 복지관이다. 그러니 시설도 좋고 깨끗하다. 권석산(71) 어르신은 “우리 동네도 이런 거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오래된 동네 노인정과는 비교도 못하겠다며 손까지 내젓는다.

어떤 어르신들은 관장 정관 스님의 방을 구경하면서 “아이고, 스님 여기서 사시나” “밥은 끓여잡숫는지 모르겠다”며 애정 어린 말을 주고받는다. 어르신들은 스님이 관장실에 상주하지 않고 출퇴근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했다.

맑은 가을 하늘을 보기 위해 복지관 밖을 나섰다. 종로노인복지관 옆에는 이승만 前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이 있다.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추억이 아스라이 남아있다. 그가 좋고 싫고를 떠나 젊었을 때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화장의 풍경은 어르신들에게 남다르다.

훌륭한 시설을 갖춘 노인복지관도, 이화장도 있는 서울이 좋다고는 하지만 역시 집에 비할까. 하서면 어르신들의 ‘내 고장’ 자부심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 포도도 맛있고 사과도 맛있어요. 상주 곶감 유명한 건 다 아시죠? 쌀은 저농약으로 농사지어서 정말 최고에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자식 같은 농산물들을 자랑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하서면을 직접 가본 종로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날 어르신들을 모시고 함께 온 상주시의회 윤홍섭 의원은 “상주는 해발 330미터 지대라 고랭지 농업에 적합한 농촌복합도시”라며 “이번 도농결연 사업은 어르신들 간의 문화교류는 물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르신들끼리 자연스레 “직거래 한 번 해보자”는 말이 나온다. 하서면 어르신들이 정성껏 키운 유기농 과일ㆍ채소ㆍ곡식이 제대로 대우받고 서울 어르신들은 싸게 좋은 물건을 사게 되니 참 좋을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처한 입장을 바로 보는 것이 ‘징검다리’의 진정한 의미일 터. 어쩌면 도시와 농촌 어르신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계기만 주어진다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관장 정관 스님은 “징검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종로 어르신과 화서면 어르신들 간에 우애가 싹트길 바라며 향후 지속적인 도농교류가 가능하도록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 말했다.

오랜만에 나선 서울 나들이에 상주 어르신들도 설레었지만 종로노인복지관 어르신들도 멀리서 온 손님들이 반가웠다. 만남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징검다리’라는 이름처럼 서로를 이어줄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7-10-29 오후 2: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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