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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교정활동을 펼쳐온 조계종 호법부 상임감찰 정현 스님이 10월 26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스님은 현재 법무부 감찰위원과 대구 동부경찰서 경승실장, 불교인권위원회 여성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한 달에 4차례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서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스님이 교정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대 초반이던 30여 년 전. 당시 스님이 머물던 동화사 내원암에 도둑이 들었고, 경찰서에서 범인을 만난 스님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각서를 받은 후 이들을 용서했다.
이후 스님은 교도소와 경찰서 구치소 등을 찾아 수형자들을 만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다. 범죄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는 범죄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는 매주 대구, 안동, 경주 등 전국 각지를 찾아가며 사형수와 무기수를 위한 법회를 열었다. 30대 초반 간염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을 때도 교정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던 스님은 “더 열심히 봉사하라는 부처님의 뜻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매달 100~200만원 이상 소요되는 활동비용도 개인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스님은 그러나 “힘든 점이 없다”고 말한다.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다는 사명감을 갖고 정성으로 하는 일이므로 힘든 줄 모르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교정활동을 시작할 때는 사형수나 무기수들이 ‘불쌍한 사람’이라고만 여겨졌는데, 한 10년 정도 일을 하고 나니 그들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부처님으로 보이니, 나라에서 주는 큰 상도 받게 되나 봅니다.”
수형자들이 ‘진흙 속에 피는 연꽃’이라 여겨진다는 스님에게는 전국 각지에 수많은 아들, 딸이 있다. 수감생활을 마친 후에도 스님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정현 스님의 교정활동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저는 교도소가 텅 빌 때까지 교정활동을 지속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전과자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따뜻하게 받아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범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현 스님은 1978년 범어사에서 장일 스님을 은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으며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오랜 교정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법무부 교정대상,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