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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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루’로 화판에 옮긴 부처의 일생
이해기 갤러리 126-1서 10월 30일까지 열어

“금가루를 이용하는 금화에서 평생의 업을 찾은 것은 10년전이지요. 지난 3년전 선보인 첫 전시회에서는 단순히 금가루로 평면적인 그림을 그렸지만 이번에는 금가루를 여백에 깔아 원근과 명암을 표현하는 새 입체 기법을 고안해 봤습니다.”

불화(佛畵)와 금화(金畵)를 그리는 이해기(49)씨를 불교화단에선 ‘돌아온 고려인’이라고 부른다. 팔상도를 비롯해 정교하면서 격을 갖춘 그의 불화가 호평을 얻었지만 그는 10년전부터 채색작업을 중단한 채 금색그림에 몰두해왔다. 동국대 미술학과 재학중 불화의 감동이 그를 불교로 이끌었고 화가로서 불교미술과불화로 관심이 모아졌던 것. 고려시대 불화 기법인 금니선묘화(金泥線描畵)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독특한 금화의 세계를 일궈온 이씨의 두번째 금화전시회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 126-1에서 10월 30일까지 열린다.

부처님의 탄생에서부터 열반까지 생애를 금화에 표현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3년간 작업한 금화 24점을 벽에 걸었다. ‘마야탁목’ ‘천상천하유아독존’ ‘쌍님열반’ ‘화엄대법’ 등 소품과 대작이 섞여 있다.

“우리 전통 불화는 선(線)의 그림입니다. 그래서 문양과 선의 강약으로 입체감을 표현했지요. 그러다보니 양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금을 여백에 얇게 깔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방법은 일단 극적인 분위기와 입체감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이 ‘성등정각’이다. 따로 그리지 않고 금가루를 화판에 깔아 표현한 광배 부분은 몽환적인 입체점을 보여준다.


현재 외국인 학교 교사인 아내 때문에 중국 북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씨는 요즘도 매일 하루 8시간씩 무릎 꿇고 앉아 붓으로 접착제를 더한 금가루를 묻혀 금화를 그린다. 금화는 다양한 인물과 자연배경의 묘사가 세밀할뿐더러 기법상 수정이 불가능한 정교한 작업이지만 그는 한번에 1시간넘게 무릎을 꿇은 채 종이와 붓에 열중한다. 하루 8시간 꼬박 그려도 가로 48cm 세로 45cm크기의 작품 한 점을 완성하려면 두 세달씩 걸린다. 선하나 삐끗하면 두세달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조심스런 작업이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작업실에서 혼자 예불과 참선도 한다.

부처가 깨달음을 중생에게 설법하는 장면인 ‘화엄대법’을 시작으로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그린 작품마다 불화의 기법도 조금씩 달라진다. 초기 작품은 전통 사경화처럼 세필이 화면 가득한 평면적 공간인 반면, 근작일수록 문양의 선과 강약을 통해 마치 서양화같은 입체감이 살아난다. 전통을 살리면서 현대 감각을 갖춰 금의 느낌을 살리는, 이씨 특유의 금화 기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이것 들을 뛰어넘는 이씨의 또 다른 변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앞으로는 대작(160cm × 14cm)을 주로 그릴 계획입니다. 현재 고행상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데 특히 장애인과 흑인 고행상을 그릴 것입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으며, 불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과 흑인들을 부처로 생각하고 그리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부처님을 주제로 작업을 할 예정이어서 다양한 오브제와 대상을 등장시킬 것입니다.”
3~4년 정도 더 중국에서 머물며 작업에 몰두할 계획이라는 이씨는 내년 4월 국내에서 한 차례 더 기획전을 가질 예정이다.
글=김주일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7-10-22 오후 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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