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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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성스러운 의식의 장소”
동아시아 불교 문화학회 4차 학술대회 개최

경전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 생전에 비구들이 수계(受戒)를 청하자, 석가모니 부처님이 허락해 기원정사 남동쪽에 단(壇)을 세우게 했다. 이것이 계단(戒壇)을 세운 시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때 자장 율사가 중국에서 방법을 배워 통도사에 처음으로 세웠다. 이런 계단의 의미와 성립과정을 살펴보고 통도사의 계단 성립 배경에 대해 발표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는 10월 20일 통도사 설법전에서 제4회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불교 계단의 성립과 전개’에 대해 토론했다.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가 개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불교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먼저 계단에 대해 통도사 율주이며 중앙승가대학 교수인 혜남 스님은 “불교를 깊이 믿는 사람끼리 계를 주고 받는 장소를 말한다”며 “특히 계(戒)는 부처님의 제자가 된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윤리적 덕목으로 부처님이 설하신 삼학(三學) 가운데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이 계를 의지함으로 선정을 얻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혜남 스님은 계단이 생기게 된 동기에 대해 “부처님으로부터 계를 수지(受持)한다는 것은 보통사람에서 부처님의 제자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니 이는 진실로 가장 성스러운 의식”이라며 “이 성스러운 의식을 거행할 장소는 이에 맞는 장엄과 청정성이 유지되어야 하기에 계단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계단의 형태에 대해 혜남 스님은 “깨끗한 장소를 선택하여 높은 곳을 평평하게 만들어 수계의식을 거행했으나 부처님 당시에는 부처님께 계를 받아 지니겠다고 맹세만 하면 남자 신도는 우바새 여자 신도는 우바이 계가 성립되었다”며 “또 확실한 믿음을 일으켜 출가수행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이 ‘잘 오너라 비구여’라고 말씀하시면 비구의 계가 성립된 시절이 있어 계단이 필요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 존재하는 단(壇)은 “평지에 흙을 쌓아올려 만든 것을 의미 한다”며 후세에 돌로 계단을 쌓게 된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금강(金剛)을 먹으면 영원히 소화시킬 수 없는 것 같이 금강과 같은 부처님의 계를 받으면 성불의 원인이 되어 그 계체는 영원히 파괴되는 일 없이 반드시 성불 할 것이라는 더 깊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동국대학교 김경집 교수는 통도사 금강계단이 고구려와 백제의 침략에 시달리던 신라가 불교를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민심을 규합하기 위해 자장 율사를 불러 금강계단을 세웠다는 독특한 견해를 피력해 관심을 모았다.

김 교수는 “자장 율사는 진신상주사상(眞身常住思想)을 통하여 국민의 정신적 전환과 함께 왕은 곧 부처라는 강력한 의미를 제시하려고 했으나 삼국항쟁에 맞는 실리적인 중앙제도의 필요성으로 인해 권력의 중심에서 자장 율사는 소외됐다”고 주장했다. 진신상주사상이란 “왕은 곧 부처이며 그 부처가 신라 땅에 항상 머물고 있다”는 사상으로 경주와 황룡사 중심으로 행해지던 자장의 개혁이 귀족들에 의해 어려움이 직면하자 경주를 벗어나 통도사와 금강계단을 설립하면서 주장했던 것이다.

이밖에 금강대학교 백도수 교수의 ‘인도불교의 교단(敎團)에 대한 연구’, 중국사회과학원 황규 세계종교연구원의 ‘중국불교의 제도윤리’, 통도사 율원장 덕문 스님의 ‘한국 불교에서의 계단의 구조와 의미’, 일본 종지원대학교 교수 사에끼 겐 스님의 ‘일본에 있어서의 계단의 성립과 전개와 현재’ 등이 발표됐다. 또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 교수 성원 스님의 ‘한국 근현대불교 : 네가지 유형의 평화 만들기’와 통도사 신공 스님의 ‘백장청규와 계율’, 위덕대학교 박희택 교수의 ‘신라하대의 불교와 정치’ 발표가 이어졌다.
하성미 기자 | hdbp@hanmail.net
2007-10-22 오전 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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