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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괘불’은 펼친 높이가 10m에 달하며 현존하는 괘불 중 시대가 올라가는 작품의 하나다. 석가모니불의 설법을 들으려 영취산(靈鷲山)에 모여든 청중의 모습을 장대하게 재현해 놓은 것은 다른 괘불들과 비슷하다. 설법회 너머로 모든 시공간에 존재하는 부처를 대표하는 삼존불을 또 다시 그린 것이 ‘부석사 괘불’의 특징이다. 시방세계에 부처는 무수히 많으나 사실은 하나라는 조선 사람들의 부처에 대한 사고는 부석사 괘불을 통해 훌륭하게 도해됐다.
1684년에 조성된 괘불은 화기에 1745년 괘불을 중수하여 청풍 신륵사로 보낸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부석사에는 보수가 이루어지던 1745년에 조성된 다른 괘불이 한 점 전한다. 이 괘불을 제작한 화승은 1684년 조성된 괘불의 보수 기록에도 등장해 옛 괘불의 보수와 새 괘불의 조성이 동시에 이루어졌음을 알려준다.
조성시기가 두 세대 밖에 차이나지 않는 두 점의 괘불을 통해 과거의 신앙과 교리ㆍ괘불 제작의 의문이 풀린다. 새로 불화를 조성할 때 과거의 도상을 답습하는가? 혹은 당시의 필요에 따라 전혀 다른 도상의 괘불이 제작되는가? 60년 전과 후는 어느 면에서 서로 닮고, 어떤 면에서 서로 다른가? 신륵사로 가는 길은 그 옛날 얼마나 되는 거리였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괘불을 옮길 결심을 했을까? 등이 그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은 ‘부석사 괘불’의 의문을 풀기 위한 과학적 조사도 병행했다. 테마전 도록에는 과학적 조사를 통해 밝혀진 괘불 안료의 종류와 특성, 바탕의 재질, 안료의 채색층과 기법 등이 함께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