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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하옵니다.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을 극복하고, 희망을 안겨주어야 함에도 오히려 중생에 아픔을 주고 걱정을 끼치고 갈등을 유발하는 존재가 되어 있음을 참회합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영진 스님이 참회문을 낭독하자 참석한 1만여 사부대중은 합장 반배로 참회의 의지를 다졌다. 10월 19일 조계종립 특별선원인 문경 봉암사에서 봉행된 수행종풍 진작을 위한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는 참회와 자정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종단 안팎에서 불어오고 있는 위기의식은 참회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만일, 지금의 현상을 단순한 외부의 음해와 몰이해로 구실삼아 무사안일한다면 교단은 더 큰 위기와 재앙에 휩싸일 것이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선대의 수행 정신을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이제 우리는 구산선문의 이 자리에서 잘못된 불교계의 폐습이 있다면 과감히 혁신하고 청정한 수행가풍을 회복하는 결사의 원년으로 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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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기념사를 통해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내우외환을 겪으며 우리 스스로의 수행가풍을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맞아 옛 조사와 선지식들의 큰 뜻을 기리며 오늘의 불교를 새롭게 만드는 새로운 결사운동을 조직하는 날로 만들어야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또한 “여기 모인 대중은 역순(逆順)을 자제하는 기틀로 곧은 것과 굽은 것을 모두 놓아버리면 시방의 종지(宗旨)가 한 곳으로 모일 것이요, 정(正)과 사(邪)의 시비가 원융(圓融)을 이룰 것”이라고 법어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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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동참한 사부대중은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선언문에서 3대 실천지침을 통해 △일체의 명리를 버리고 본분에 충실하자 △수행을 생활화, 사회화하자 △우리 국민 각자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자고 결의했다.
이날 선언이 선언으로 그칠 지, 보조국사의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라’는 말씀처럼 잘못된 자리에서 자정하고 참회해 다시 시작할 것인지, 그 몫은 여전히 불교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