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불심’을 잡기 위해 불교계 공약을 준비하고 있고, 불교계 또한 대선 공간을 이용해 불교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6월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발족한 ‘불교정책기획단(공동대표 조계종 기획실장 승원 스님, 허경만 불교인재개발원 이사장)’이다. 본지는 올 대선에서 영향력을 미칠 ‘불교계 10대 공약’을 선정했다.
불교계 10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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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야산 등 수행환경문제 해결
2. 전통사찰 중첩 규제 완화 3. 문화재관람료 문제 해법 제시 4. 농지법 개정 5. 북한 사찰 복원 등 대북교류 활성화 6. 불교문화재 보존 및 관리정책 강화 7. 수목장 문제 해결 장사법 개정 8. 불교계 복지시설 지원책 마련 9. 폐사지 관리 및 복원 시스템 구축 10. 불교문화 콘텐츠 내실화 지원책 수립 |
#가야산 등 수행환경문제 해결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후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와 경부고속철 천성산 관통 문제로 불교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불교계 10대 공약으로 북한산 관통도로와 경부고속철 천성산 관통을 백지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강행했기 때문이다. 사찰 수행환경과 자연환경 보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월부터 가야산을 통과하는 순환도로와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가야산살리기 운동이 전개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수행환경문제가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야산과 관련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차량용 관광도로 대신 사람이 걷는 명상 길로 만들고,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단지를 건설하는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다 큰 틀에서 수행환경문제를 풀기 위해 생태ㆍ문화유산과 관련한 정부 기구를 설립하고 관련 법ㆍ제도를 일원화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사찰 중첩 규제 완화
올해 초 수도권지역 사찰주지스님들이 주축이 된 ‘전통사찰 관련 국가법령개정추진위원회’ 출범과 지난 4월과 6월 개최된 ‘불교정책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와 ‘불교 규제 법령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관통하는 것은 전통사찰에 대한 중첩 규제다. 수도권지역 전통사찰들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군사시설보호구역’ ‘자연공원법’ ‘자연녹지’ 등의 규정에 묶여 증ㆍ개축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각종 벌금을 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조계종 교구본사주지스님들은 ‘불교 규제 법령 개정 촉구 결의문’을 통해 전통사찰 △증개축 면적 규제 완화 △소방도로를 개설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 △개발훼손 부담금 부과 철폐 △각종 국가 법령의 중첩된 규제 조항을 ‘전통사찰보존법’상의 규제로 일원화 등을 촉구했다.
#문화재관람료 문제 해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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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입장료 폐지 후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가 새해 벽두부터 불교계를 괴롭혔다. MBC는 지난 2월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석탑(월정사) 및 불상(도피안사) 보수를 위해 지원된 예산이 수행자와 스님들의 숙소를 고치고 짓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정정보도를 내기도 했다. 일부 시민환경단체도 문화재관람료 징수 거부 운동을 벌여 조계종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사찰위원회(위원장 현응)는 지난 7월 ‘국립공원제도의 문제점과 위헌성-문화재관람료에 대한 시비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채택하면서 정부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조계종측은 △자연공원법상 ‘역사문화지구’ 설정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범위 확대 △국립공원 내 불교문화재 홍보 및 문화관광해설사의 불교계 기관 양성에 대한 제도적 인정 등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농지법 개정
농지법 시행규칙 제4조(시험ㆍ연구ㆍ실습지 등의 용도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공공단체 등의 범위) 별표1에 의하면 “전통사찰보존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해 지정ㆍ등록된 전통사찰”에 한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고, 농사를 짓는 실습지여야만 소유를 인정받는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땅을 가져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 때문이다. 전통사찰이 아닌 일반사찰은 아예 농지를 소유할 수조차 없다.
사찰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삼보정재가 망실되고 도덕적 일탈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3자를 내세워 농지를 샀을 때 땅을 판 사람이 명의수탁자가 본 소유주가 아님을 안 경우,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도 등기는 무효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종교시설 신축 시 농지전용이 가능하도록 농지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해야 한다. 또 전통사찰보존법 관련법도 손봐야 한다.
#북한 사찰 복원 등 대북교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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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신계사 남북공동 낙성식이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신계사 일대에서 진행됐다. 남측의 조계종과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이 신계사를 공동으로 복원하기로 합의하고 대웅보전 외 11개 전각과 삼층석탑을 복원한 것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후 남북 교류에 많은 관심과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지난 6월 내금강을 답사한 후 “내금강은 불교성지가 많기 때문에 마땅히 복원해야 한다”며 “올 10월 신계사 낙성식 후 북측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마하연사 등 북한 사찰 복원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신계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남북 교류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월 1회로 제한하고 있는 개성 영통사 성지순례 문제도 천태종측과 풀어야 할 숙제다.
#불교문화재 보존 및 관리정책 강화
우리나라 문화재 중 70% 가량이 불교문화재일 정도로 불교문화재 보존 및 관리정책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불교문화재 도난과 소실 등으로 보존 관리 정책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불교문화재 전반에 관련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불교문화재 도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 개정, 사찰문화재 일제 조사 및 이를 통한 문화재 지정 확대, 문화재청 강화(사범단속반 확대), 검찰ㆍ경찰에 문화재전담반 설치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놓을 만하다.
화재로 인한 성보문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산림청으로 제각각 분산돼 있는 책임단위를 통합하고, 통합된 기관과 사찰과의 유기적인 연대도 필요하다. 또 사찰이나 문화재 화방예방과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외에도 문화재청 승격, 문화유산국에 불교문화재과 신설 등도 고려할만 하다.
#수목장 문제 해결 장사법 개정
지난 5월 수목장 등 자연장 제도 도입을 뼈대로 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5월 시행을 앞둔 이 개정안은 장사(葬事)시설 부족을 해소하고 자연친화적인 자연장 제도를 시행해 환경훼손을 막는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에 설치된 수목장은 불법시설물로 규정된다.
불교계에는 2004년 전국에서 처음 수목장을 만든 영천 은해사를 비롯해 경주 기림사, 강화 전등사 등지에서 수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대로라면 이들 수목장은 불법시설물로 낙인찍혀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 또 문화재보호구역에서는 수목장을 조성할 수 없어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은 특별한 경우(문화재청장의 허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불교계에서는 “수목장을 포함한 자연장을 사찰 경내지나 사찰림에서는 신고사항으로 규정해 설치ㆍ운영할 수 있도록 특례규정이나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관련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불교계의 요구가 담겨질 지 불투명하다.
#불교계 복지시설 지원책 마련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영유아보육시설과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불교계가 수탁ㆍ운영하는 각종 복지시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그린벨트 지역 내 공공 의료기관 부설로만 노인요양시설을 신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유휴 부지를 가진 민간 시설 신ㆍ개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사찰은 장애인들의 접근과 이동이 어려운 깊은 산중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찰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편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일반 공공시설과는 다른 사찰건축물 등에 적용될 수 있는 편의시설 설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폐사지 관리 및 복원 시스템 구축
폐사지는 현재 법등(法燈)이 끊겨진 사찰을 말한다. 조계종이 1999년 조사한 ‘전국 불교사원지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2141개의 폐사지가 있다. 이 가운데 지표조사가 진행된 곳은 전체의 58.1%에 해당하는 1245곳이다. 그러나 발굴조사를 한 곳은 2.2%에 해당하는 48곳에 불과하며, 사적지로 지정된 곳은 45곳이다.
최근 폐사지 운영과 관리방안 및 복원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폐사지와 관련한 국가사업은 중장기적인 사업으로써 정부가 주도해 종단과 시민이 함께 이끌어가는 방향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폐사지 조사, 법률적 제도화, 사지복원, 운영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문화재청에서 단독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무리”라며 “사찰 출토 문화재에 대한 불필요한 소송을 방지하고 사지 보호를 위해 조계종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문화 콘텐츠 내실화 지원책 수립
문화원형은 한 국가의 고유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유형적, 무형적인 것들이 융합돼 만들어진다. 문화형성에는 정신적으로 종교가 근간을 이루고 있어 1600역의 역사를 가진 불교를 배제하고서는 이야기 전개가 어렵다. 그러나 현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한 각종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교문화 원형 사업에 불교계 인사가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콘텐츠 질 저하뿐만 아니라 불교 왜곡 가능성도 있다.
불교 관련 콘텐츠 내실화를 위해 불교계 및 전문산업인, 학계인들로 구성된 복합적인 로드맵이 구성돼야 한다. 또 문화원형사업 및 불교관련 국가사업을 불교계가 주도해 과제선정, 심사, 결과물 등을 채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 이와 관련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