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다’는 말은 불교의 고질적인 탄식이 된지 오래다. 일선 어린이집에선 “불자 보육교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고, 불교 NGO나 단체들은 실무자를 채용하는데 애를 먹는다. 불서를 영어ㆍ중국어 등으로 번역하거나 통역을 맡을 사람 구하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대학교를 졸업한 불자 학생들은 “취업할 곳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취업 준비생 전 모(31, 경기도 여주시)씨는 현재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채용정보 사이트에 종교를 속이고 원서를 넣어 둔 상태. “개신교 기업에 채용된다면 응하겠냐”는 질문에 “나이가 많아 취업이 시급하므로 입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단지 전씨의 ‘신심(信心)’이 약하기 때문일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에서 활동한 이 모씨는 졸업 후 불교계의 한 단체에서 일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해당 단체에서 ‘1년 이내에는 채용 계획이 사실상 없다’는 답변을 듣고 중국 유학을 선택했다. 불교계 내에서 가장 인력 수급이 활발한 조계종 총무원 역시 정기적인 공채 대신 부정기적인 채용을 하고 있다.
대불련 한승희 지도간사는 “매년 대불련 50여 개 지부에서 100~200여 명의 불자 인력이 배출되지만 이들을 교계 인력으로 활용하려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채용에 대한 기대를 하기 어려우므로 학생들 대부분은 일반 취업시장에 내던져지게 된다”고 말한다.
이웃 종교의 경우는 어떨까? 개신교의 경우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장학제도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는 통합 교육기관뿐 아니라 대안학교와 무료교육시설도 수백여 곳에 달한다. 일례로 개신교 인재양성 기관인 ㅅ학교가 2003년 수립한 ‘비전 2020’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국사회 각 분야를 이끌어갈 인력 10만명 양성 △국내외 1000개의 학습공동체 설립 △기독교 인재를 키울 교사 1만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재양성의 요람이라 할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4년제 사립대ㆍ대학원대학 195곳 중 70여 곳이, 사립전문대 139개 중 20여 곳이 개신교 재단이 설립한 곳이다.(2006년말 대학 정관 기준) 전국신학대학협의회에는 4년제 신학대학, 일반대학 소속 신학관련 학과, 대학원대학교는 40여 곳에 달한다.
물론 개신교식의 무조건적인 인력양성만이 해답은 아니다. 한 개신교 목사는 “개신교의 인력양성 시스템은 매우 뛰어나지만 한국 개신교 전체를 위해서라기보다 개별 교회나 교단을 위한 인력으로 키워진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며 “교회ㆍ교단의 틀을 넘어 개신교 전체를 위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한다.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바로 ‘인력 풀(Pool)’이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불자 정보를 한데 모으고, 각 분야마다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 산하 불교인재개발원이 추진하고 있는 ‘(가칭)불교인재뱅크’가 그 예다. 2003년부터 여성불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여성불자 108인’을 선정하고 있는 불교여성개발원(원장 김인숙)은 인력 풀 형성과 활용의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한주영 사무국장은 “격년으로 여성불자 108인을 선정해 불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개발원에서 진행하는 리더십 강좌의 강사로 채용하거나 불교 언론 등에 필진으로 추천하고 있다”며 “스스로 ‘불자’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불교계로서도 훌륭한 인력을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인력양성에 있어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흐름이 있다. 사회의 주요 인력으로 성장하는 오늘날 20~30대의 성향이다. 김응철 교수(중앙승가대)는 “중앙집권적인 교육과 훈육은 이미 시대착오적인 방식”이라며 “개인주의 성향과 해체주의적 흐름에 발맞춰 인터넷을 통한 연대, 종교색을 배제한 순수한 지원, 종교성을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접근 등 새로운 방식의 인재양성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