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인재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그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곳이 바로 조계종 중앙신도회(이사장 김의정)다. 전국의 재가신도들을 결집하고 이들의 역량을 통해 한국 불교, 더 나아가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책임이 조계종 중앙신도회에 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지난 2006년 7월 13일 ‘불교인재개발원’을 설립했다. 재가불자를 위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불자 사회지도층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불교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목적에서다.
허경만 前 국회부의장이 초대 이사장을,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가 원장을 맡아 불교인재개발원의 진두지휘를 맡았다. 공동발기인으로는 김의정 회장과 박윤흔 前 환경처 장관, 황경환 진양유조선대표를 비롯해 각계 인사 50여 명이 참여했다.
불교인재개발원은 설립취지문을 통해 △불교지도자 인적네트워크 구축 △교육 및 수행 프로그램을 통한 인재 양성 △불교와 사회 발전 회향을 주요 사업으로 선정했다. 그간 뿔뿔이 흩어져 있던 불자를 발굴하고,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필요한 곳에서 언제든 인재를 찾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적재적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불교인재개발원은 출범 후 생태교실, 간화선입문과정, 출가열반절 대중강좌, 청소년학교 분야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어 매달 한 차례 정책포럼을 개최해 사회 현안에 대한 불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현안에 대한 불교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올해의 인재상’을 제정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불자 인재를 개발, 육성하고 이들이 불교계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허경만 이사장은 “사회 전면에 노출되지 않은 불자들을 찾아 낼 생각”이라며 “그들을 조직화한 뒤 네트워크를 형성해 응집력을 강화한다면 불교계의 맨파워는 강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교인재개발원은 후보들에게 제시할 불교 미래 정책과제를 생산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 9월 ‘불교정책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교육ㆍ문화ㆍ환경 등 9개 분야에 걸쳐 불교 관련 정책과 의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서로 작성한다. 불교와 관련된 주요 의제에 대한 불교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낸다는 점에서 불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하나 불교인재개발원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불교인재뱅크’ 구축. 사회 각계의 불교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의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홍승희)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가칭)불교정보뱅크’의 한 콘텐츠를 차지할 ‘불교인재뱅크’에는 불자의 인적사항 등 세분화된 정보가 담긴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상근 사무총장은 “그간 일간지나 포털사이트 등 유력 매체의 인물 검색란에 불교계 인사의 정보가 매우 부족했다”며 “불교계 인사의 사회적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불교계 인재를 발굴ㆍ육성하기 위해 인터넷 불교정보뱅크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불자인재 양성을 통한 사회발전 견인이라는 큰 목적을 위한 불교인재개발원은 더디지만 힘찬 행보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