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 종합 > 사람들 > 시방세계
“꽃향기 따라 사찰로 오세요”
영평사 구절초꽃축제과 전국 사찰축제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공주 영평사에서는 구절초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구절초꽃밭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부녀의 모습. 사진=박재완 기자

꽃을 보러 길을 나섭니다. 발길은 올해로 8번째 구절초꽃축제를 열고 있는 공주 영평사로 향합니다. 길섶이나 산등성 어디서나 피는 구절초를 보러 일부러 길을 나선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실상 꽃을 핑계로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개망초나 쑥부쟁이, 개미취 같은 꽃과 함께 뭉뚱그려 ‘들국화’라 불리는 구절초는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홀연히 피고 지는 들꽃입니다. 근처에 다른 풀이나 나무가 자라면 금새 자리를 내어주는 구절초는 선모초(仙母草)라 하여 ‘어머니의 사랑’을 꽃말로 가진 꽃이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구절초꽃은 부인병과 위장병에 약으로 쓰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 구절초차 한 잔 마시면 온 감기도 막을 수 있습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요즈음 구절초꽃차 한 잔이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 영평사 구절초꽃차 무료 시음회. 사진=박재완 기자

이처럼 흔한 들꽃이지만 영평사가 자리한 장군산의 구절초 군락은 좀 색다른 데가 있습니다. 영평사 주지 환성 스님이 15년 전, 사찰과 장군산에 구절초를 심기 시작한 것은 구절초의 청초하고 고결한 모습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한두 포기씩 가꾸어 온 구절초 군락이 지금은 사찰 일대 2만여 평에 이릅니다.

구절초꽃이 만개하는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영평사에서는 산사음악회와 전시회, 어르신잔치, 중양절 잔치 등이 열리는데 이를 통틀어 ‘구절초꽃축제’라 부릅니다. 지난 9월 29일 열린 산사음악회에는 1000여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참석했고, 축제가 이어지는 기간 중에는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사찰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축제 기간 동안 6만여 명이 방문했다니, 개별 사찰이 개최하는 축제로는 만만치 않은 규모인 셈입니다.

축제기간 동안 영평사에서는 구절초꽃잎을 이용해 천연비누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올해는 잦은 비와 궂은 날씨 때문에 예년에 비해 한 주 정도 늦게 개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영평사를 찾은 10월 3일에는 이미 산등성에 하얀 꽃비가 내렸습니다. 대웅전 앞마당 넓은 잔디밭에서는 사진전과 꽃차 시음회, 구절초꽃을 넣은 천연비누만들기, 신도회 주최 바자회 등이 열리고 있습니다. 점심때면 사찰국수도 무료로 맛볼 수 있습니다. 장독을 식탁삼아 먹는 국수의 맛은 길고 긴 기다림마저 달콤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행사기간 동안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사찰국수를 무료로 공양할 수 있다. 장독을 식탁삼아 국수를 먹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박재완 기자

사찰 초입부터 눈에 띄던 구절초꽃은 사찰 왼편으로 휘돌아가는 장군산 자락을 시작으로 산 정상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뒷산 언덕 같은 산길을 걸으며 구절초꽃을 감상하는데, 대전에서 온 김판실(68) 할머니가 안타까운 듯 저에게 말을 건넵니다. “4년째 구절초를 보러 왔는데, 지난해에 비하면 꽃이 늦고 덜 예쁘다”며 “꽃이 활짝 피는 다음 주에 꼭 다시 와서 보라”는 것입니다.

구절초꽃밭에는 예쁜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과 꽃차를 만들기 위해 꽃을 따는 아주머니들이 가득합니다. 꽃송이가 시들기 전에 부지런히 꽃잎을 따서 말리고 덖어 꽃차를 만든 후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차 공양을 올리려는 것이지요. 그러니 혹여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해 꽃을 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산길에 무참히 꺾여 버려진 꽃들처럼 헛되지 않게 말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한 송이 꽃(世界一花)이라 했습니다. 꽃과 내가 둘이 아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이치를 꽃은 말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올 가을, 사찰 꽃 잔치를 찾아 조용히 꽃을 보고 오는 것도 또 다른 공부가 아니겠는지요.

가을철 산사 축제 활짝

#전등사 ‘제7회 삼랑성 문화축제’
강화 전등사는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제7회 삼랑성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천년의 기다림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열리는 문화축제는 팔만대장경 유네스코 기록문화 등재를 기념하고, 난치병을 앓고 있는 최두나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마련된다. 가을 음악회, 영산재, 마당극 ‘청아청아 내딸 청아’, 팔만대장경 세계 기록 문화유산 등재 기념 특별전시, 조선왕조실록 사고본 사진전 등으로 구성된다.

#금산사 ‘집들이를 겸한 추억의 템플스테이’
김제 금산사는 수련원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금산사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집들이를 겸한 추억의 템플스테이’를 개최한다, 템플스테이에서는 ‘New 土’의 흥겨운 한마당, 이승호 템플스테이사진 전시회, 모동신연화전, 탑돌이, 모악산 산행 등이 진행된다.

#건봉사 건봉가을축제
강원도 고성 건봉사(주지 영도)는 10월 13~14일 제1회 금강산 건봉가을축제를 개최한다. 전국학생전통무용경연대회, 남사당 줄타기, 초.중학생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비보이 공연, 물레질하기, 아름다운 단풍모으기, 생활불화 전시, 전몰장병 위령 철야기도법회, 군악대 퍼레이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표충사 ‘호국문화축제’
밀양 표충사는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명 대사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사명제전을 거행한다. 표충사 수장고 유품 전시, 호국영령 추모제, 밀양북춤, 호국무예 시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이 기간 동안 템플스테이도 열린다.

#화엄사 ‘화엄제 2007’
구례 화엄사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길떠남’을 주제로 ‘화엄제 2007’을 개최한다. 행사는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20일 오후 2시 화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본행사와 21일 오전 8시 30분 화엄사 경내 범음료에서 열리는 학술제 등으로 구성된다.

#부석사 ‘제5회 화엄축제’
영주 부석사는 10월 13~15일 제5회 화엄축제를 열어 의상사상 학술대회, 화엄경판 이운대제, 의상기념행사 및 화엄음악회, 화엄공연예술제 등 잔치 한마당을 펼친다. 산사다회, 탁본 체험마당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법흥사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
영월 법흥사는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문화 다양성의 이해와 지구촌 평화를 위한 문화마당 ‘평화로운 세상 만들기’를 마련한다. 평화음악회, 농산물 직거래장터, 외국인 템플스테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미황사 ‘괘불재’
해남 미황사는 10월 27일 오후 1시 미황사 앞마당에서 보물 1342호 괘불을 모시고 ‘괘불재와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연다.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괘불재와 함께 하는 템플스테이’도 진행된다.
공주/글=여수령ㆍ남동우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10-06 오전 9:10: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