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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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교수회 자정운동 선포
이사회ㆍ대학 당국 책임론 거론도
동국대 교수회(회장 이종옥)가 신정아 사건 책임론과 함께 자정운동 시작을 선포했다.

교수회는 10월 1일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2차례의 이사회에서 공론화된 신정아 문제를 상호 정쟁의 시각에서만 처리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분명 법인 이사회에 있음을 자각하고 마땅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학당국에 대해서도 "교정을 3차례나 압수수색 당하게 하는 굴욕까지 겪게 만든 책임은 현 대학당국에 있다"며 "대학당국은 이를 직시하고 참회와 자정으로 우선 재학생과 동문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사립학교법에 의한 대학평의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및 개방형 이사제도 등의 제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도 지금과 같은 동국 위기의 한 배경"이라며 교수회의 책임론도 자인하며 "지금 이 시간부터 구성원의 결집된 의사를 바탕으로 동국의 구성원 각자가 참회하고 책임을 지는 동국자정운동 시작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또 "종단과 법인이 동국을 다시 건학하는 심정으로 전 구성원과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며 대학평의원회 등을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걸맞게 재구성할 것을 법인에 요구했다.
다음은 교수회 선언문 전문.

동국은 뼈를 깎는 自淨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 동국인이라면 누구나 바위투성이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깊은 숲속의 가시덤불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심정일 것이다. 불교 정신을 간성으로 삼고, 동국이 배출한 수많은 선배 동문을 뿌리로 삼아 100년의 영화결실을 맺어 온 우리 동국을 지금 같은 곤경에 빠뜨린 책임자는 분명하다.

우리 교수회는 여러 차례 홍수를 막는 비유를 한 적이 있다. 거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댐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길을 터주어 제대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아주 큰 홍수일 때는 후자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지금 지독한 가시덤불에 갇혀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홍수를 만났다. 이를 벗어나는 길 찾기가 급하고도 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가시덤불은 제 손을 해치더라도 가시를 쳐내야 길이 열리며, 지혜가 있어야 큰 물의 길을 제대로 터줄 수 있다.

이번 사태에 책임져야 할 사람은 마땅히 스스로 그 책임을 자임해야 한다. 동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책임성에 대해 공방만을 일삼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동국을 더 없는 나락으로 내모는 것밖에 안 된다. 암울하던 일제치하에서도 불교 선각자들께서 민족인재양성을 위해 분골쇄신하셨던 그 정신을 조금이라도 훼손한다면, 이는 진정한 동국인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법인과 종단은 지금 각종 언론에서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신정아 사건이 벌어진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혹여나 대학의 공공성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반성하고 이러한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종단과 법인의 그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 특히 법인이사회는 대학의 무한 경쟁 환경에서 동국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할 법인 본연의 임무와 대학의 산적한 문제해결 등은 뒤로 한 채 정쟁을 우선시 한 것이 결국에는 신정아 사건을 발생시키게 하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차례의 이사회에서 공론화된 신정아 문제를 상호 정쟁의 시각에서만 처리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분명 법인 이사회에 있음을 자각하고 마땅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할 것이다.
현 대학당국의 책임 또한 중대함은 물론이다. 전임 총장의 절차를 무시한 월권과 부당에 의해 저질러진 신정아의 특별채용이 사회문제로 비화하기까지, 현 대학당국이 보여준 것은 지도력 부재와 무능력이었다. 이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일차적으로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재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동국출신이라는 자부심과 명예를 지니고 있는 20만 동문에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해명의 말 한 마디 없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신정아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대학에 있는데도 진실은 밝히지 않은 채 수차례의 기자회견을 에둘러 자청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은폐와 거짓을 일삼는 대학이라는 지탄을 받고, 결국 교정을 3차례나 압수수색 당하게 하는 굴욕까지 겪게 만든 책임은 현 대학당국에 있다. 대학당국은 이를 직시하고 참회와 자정으로 우선 재학생과 동문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 교수 및 교수회의 책임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지난 수년 동안 법인 및 대학당국의 독선과 아집이 횡횡하는데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방관한 결과 신정아 사건 같은 것이 발생했고,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이후 은폐 의혹까지 사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교육을 담당하는 책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교수 및 교수회는 신정아 특별채용 당시 전임 총장의 부당한 압력을 끝까지 거부하여 시정하지 못하고 겨우 우려만 하는 소극적 태도와 냉소주의적 자세만을 취함으로써 동국이 오늘과 같은 큰 고통을 겪는데 일조한 책임이 있다.

사립학교법에 의한 대학평의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및 개방형 이사제도 등의 제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도 지금과 같은 동국 위기의 한 배경이다. 이들 시스템이 사립학교법의 본래 취지대로 구성되고 운용되었더라면 법인과 대학당국이 적어도 지금과 같은 일 처리를 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또한 교수회의 책임이 큰 바, 이들 시스템이 지난 해 말 법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구성되는 것을 수수방관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모두는 법인과 대학당국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함으로써 대학발전을 도모한다는 교수회 설립 정신에 분명 소홀한 것이므로, 교수회는 그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동국 구성원들에게 깊이 사과드리면서 우리부터 뼈를 깎는 자정에 나설 것을 다짐한다.

교수회는 신정아 사건으로 실추된 우리대학의 위상 재정립이 성명이나 몇몇 인사에 대한 책임성 문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직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대학 내의 투명성과 민주화를 담보하기 위한 구성원 모두의 냉철한 자성이 있어야 비로소 지독한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고 엄청난 홍수의 물길을 제대로 터주는 길 찾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 교수회는 지금 이 시간부터 구성원의 결집된 의사를 바탕으로 동국의 구성원 각자가 참회하고 책임을 지는 동국자정운동 시작을 선포하는 바이다. 우리대학은 뼈를 깎는 자정(自淨)을 통해 거듭나고 이를 제2의 건학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교수회는 종단과 법인이 동국을 다시 건학하는 심정으로 전 구성원과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법인이사회의 폐쇄적 운영으로 인해 또 다시 동국이 혼란에 빠지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학평의원회 등을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걸맞게 재구성할 것을 법인에 강력 요구한다. 한편 대학당국은 독선을 버려야하고, 내부로부터의 진정한 변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시 행정적 혁신 대신 구성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교수회는 도덕성과 지도력을 상실한 법인과 대학당국의 책임과 변화를 기대하는 소극적 자세를 떨쳐내고, 우리 각자가 참회하고, 책임지며, 혁신함으로써 동국의 대사회적 신뢰를 재구축하고, 우리의 역량을 배가하여 제2의 건학을 창도하는 자정 운동에 스스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

2007년 10월 1일

동국대학교 교수회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7-10-02 오전 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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