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불교전국승가회(공동의장 효림ㆍ성관)가 10월 1일 창립 15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동국대 재단이사 전원 사퇴와 조계종 총무원의 내부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승가회는 성명서에서 현재의 사태를 “안으로는 지도층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종단의 위계와 질서가 심히 흔들리고 있고, 각종 비승가적 사건으로 인해 종단의 도덕성이 흔들리고 불신감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종단 지도층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며 이를 종단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서는 구체적으로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이사장을 비롯하여 이사 전원이 이번 사태의 무한한 책임을 지고 즉각 총사퇴하고, 조계종 총무원은 고질적인 비승가적 병폐를 차단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하고 인사제도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중앙종회는 종단 대립과 갈등에 대한 일차적 책임자로서 진실한 사과와 참회를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본 회 창립 15주년에 따른 종단 현안에 대한 입장
존경하는 종정 예하와 총무원장 큰스님, 원로대덕 큰스님과 중진스님,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행과 포교에 진력하시는 사부대중께 삼가 존경의 예를 올립니다.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교단과 관련한 각종 사건으로 인해 종단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안으로는 지도층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종단의 위계와 질서가 심히 흔들리고 있고, 각종 비승가적 사건으로 인해 종단의 도덕성이 흔들리고 불신감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현직 교구본사 주지 법정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마곡사 사건이나‘신정아 前 동국대 교수의 허위 학력 파동’으로 시작해 게이트로 발전한 동국대의 현실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현하 종단은 거듭되는 악재 앞에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주장할 수 있는 사안조차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최근 문화재관람료 문제나 사찰국고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종단의 현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인천의 사표가 되어야할 종단 지도층을 비롯한 승가 모두의 뼈저린 반성을 요구하는 대목입니다.
금일 창립 15주년을 맞이하여 종단개혁의 한 주체로서, 본 회 역시 이러한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종도들 앞에 한없는 죄송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종단의 모습을 통해 본 회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현하 종단 상황은 철저한 내부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 일부 정당과 언론은 종단과 관련한 각종 정부 지원까지 의혹을 확대하며 대선 정국의 희생양으로 우리 종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악재에 악재가 거듭되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외부의 행위에 있어 종단의 대처는 단호해야하며 본 회 역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행태를 지적하기 이전에 선결해야할 조건은 우리 종단 내부의 철저한 반성과 혁신입니다. 종단 내부의 허물을 그대로 두고 억울함만을 강변하는 것은 최소한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종도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하 종단과 관련된 각종 문제에 대해 종단 지도층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종단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우선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최근 사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지고 이사장 이하 이사진 전원의 사퇴를 재차 촉구하는 바입니다. 특히 검찰과 언론에 따르면 이사장 영배 스님은 동국대 자체진상조사위원회에서 신정아씨의 학력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인 지난 7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학위가 가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의혹을 제기받고 있고, 흥덕사 특별교부금 지원에 관해 변양균-신정아씨와의 의혹에 휩싸이는 등 종립학원 최고책임자로서 도의적, 행정적 책임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이뿐 아니라 건학 100여년 이래 최대의 오욕과 파국을 맞고 있는 동국대학교의 현실을 볼 때 수행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자리에 연연하는 이사장이나 일반 이사로 있다가 개정사학법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개방형이사로 변신하겠다는 일부 이사의 행태 앞에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은 총무원 집행부 역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바 집행부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이 단행되어야합니다. 총무원 집행부는 동국대 문제에 있어 장윤스님의 입장을 대변하다가 종단 내외의 망신을 자초한 바 있으며, 불교단체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마곡사 문제를 사실상 방조하여 종단 전체의 위상을 스스로 훼손했습니다. 또한 일부 본ㆍ말사에서 국고보조금 횡령과 매관매직 등 비승가적 행위가 진행되었거나 의혹을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앙종회 역시 종단 갈등의 진원지이자, 현하 사태의 관련자들이 대다수 중앙종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진실한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합니다. 중앙종회를 주축으로‘현안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관련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대책위에 관련 당사자가 포함되는 등 진실성에 대한 종도들의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책위가 구성되고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9월 29일 대책위에서 밝힌 4개항의 결의 내용이 지난 제174회 임시중앙종회때 발표된 결의문 이상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는 바,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 여부에 대한 종도들의 의문과 비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종도들이 원하는 것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종단 지도층의 참회와 결단입니다. 쏟아지는 비난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행위는 당장의 대립과 갈등을 피할 수 있겠지만 되려 화를 키울 수 밖에 없음을 중앙종회는 명심해야합니다.
이에 본 회는 다시 한 번 동국대 이사회와 총무원, 그리고 중앙종회에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이사장을 비롯하여 이사 전원이 이번 사태의 무한한 책임을 지고 즉각 총사퇴하기 바라며, 종단은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부대중의 중지를 모아 학교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사를 선발해야 할 것입니다.
-. 총무원장 큰스님은 교단청정위원회 설치 등 국고보조금 횡령과 매관매직 등 고질적인 비승가적 병폐를 차단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하고 집행부에 대한 과감한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또한 인사 쇄신의 방향은 일부 문중이나 계파 안배식의 과거 모습을 배제하고 전체를 아울려 능력 있는 인물을 발굴해야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선발하는 정책을 통해 인사제도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할 것입니다.
-.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중앙종회는 종단 대립과 갈등에 대한 원인 제공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종도들 앞에 진실한 사과와 참회를 선행해야 합니다. 또한 현하 사태를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대책기구를 마련하고, 중앙종회의원의 동대이사 겸직 금지 법안 등 법과 제도로서 이와 같은 문제가 제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금일 창립 15주년을 맞이하는 본 회는 앞으로 동국대학교 이사회 등 종단 지도층의 결단을 예의 주시할 것입니다. 또한 엄중한 상황인식하에 조속한 시일내에 비상총회 등 많은 스님들의 혜안과 공론을 모아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현하 종단의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제방에서 수행과 포교에 진력하시는 많은 회원스님들의 관심과 성원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불기2551년 10월 1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