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6.25 (음)
> 종합
도심 법당 찾는 불자 는다
도심사찰 중심으로 직장인ㆍ외국인 동참자 증가
최근 <불교 위기론>이 평배한 가운데 오히려 도심 사찰의 새벽예불과 법회에 참가하는 불자들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9월 20일 서울 봉은사 새벽예불. 사진=박재완 기자

직장인 김미정(33)씨의 하루는 서울 봉은사에서 시작된다. 김씨는 새벽 4시 30분 봉은사에 도착해 새벽예불과 법왕루에서의 108배를 마친 후 출근한다. 벌써 2개월째다. 김씨는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예불에 참석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상만(45)씨는 가게 문을 닫은 후 서울 조계사 대웅전을 찾는다. 이씨는 “보통 밤 11시쯤 일을 마치는데 이곳은 늘 문이 열려 있으니 자주 찾게 된다”고 말한다.

부산 미타선원 새벽정진회 회원인 김경숙(41)씨는 지난 7월부터 딸 차지원(6)양과 함께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 있다. 4년간 시어버니의 병수발을 하며 몸과 마음이 지친 김씨는 새벽예불을 드리면서부터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됐다고 한다. ‘며칠 따라나서다 말겠지’ 했던 지원이는 이제 엄마보다 먼저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자신의 변화로 딸아이가 부처님의 법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벽예불의 큰 성과다.

불자들의 신행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도심 사찰의 경우 새벽예불이나 주말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수시로 사찰을 찾는 직장인과 외국인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는 연일 동국대니, 사찰 교부금 불법지원이니 하는 기사들로 가득하지만, 불자들에게 불교는 ‘생활 속의 가르침’으로 더욱 굳게 다가서고 있는 듯하다. 봉은사에서 만난 한 불자는 “언론 보도 때문에 절에 오기 싫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럴 때일수록 불자들이 더욱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야지요. 부처님 가르침으로 살기 위한 첫 번째 일이 새벽예불 참석 아닙니까?”

9월 22일은 서울 조계사(주지 원담)가 대웅전을 24시간 개방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조계사는 대웅전을 개방한 후 포교취약계층인 직장인 불자 출입이 늘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사찰을 찾기 어려웠던 직장인들이 새벽이나 야간에도 사찰을 찾아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방문객 수도 증가했다. 서울시내에서 야간에도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조계사다.

대웅전 개방을 맞아 100일 기도도 진행됐다. 지난 100일 동안 석가모니불 정근을 했던 불자들은 23일부터 약사여래불 정근을 시작했다. 오는 12월 31일 다시 회향하게 되면 아미타불 정근을 시작하게 된다. 조계사 대웅전 삼존불인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한 신행활동이다. 기도 동참비는 사회복지기금으로 적립된다.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하더라도 회향은 이웃과 함께 하는 새로운 형식의 신행활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서울 봉은사(주지 명진)는 최근 법회 참석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새벽예불에도 200여 명에 가까운 불자들이 동참하고, 일요법회에는 400~500여 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명진 스님이 사찰 밖 출입을 금하고 ‘1000일 기도’에 입재했고, 예불 때 마다 주지 스님을 비롯한 소임 스님들이 전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예불 후 마당을 쓰는 울력에도 동참하는 모습이 신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봉은사 신도 김무웅(66)씨는 “스님들이 솔선수범해 예불을 올리고 법회에 참석하니, 신도들의 신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통도사 부산 포교원 불지사(주지 상진) 역시 주지스님의 노력으로 새벽예불 동참자가 20여 명 가까이 늘어난 경우. 직접 예불을 집전하고 있는 상진 스님은 “새벽 예불은 수행의 기초”라고 말한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부처님께 문안 인사드리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새벽예불입니다. 새벽예불에 빠지지 않는 마음가짐은 우리 생활에 계(戒)가 되어 절제하는 생활을 하게 도와줍니다. 계를 지키며 살 때 맑아져서 고요한 마음, 정(定)이 생기고 그 마음으로 인해 비로소 혜(慧)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새벽 예불은 수행자나 재가자들 모두 빠지지 않고 해야 할 기초 수행인 것이지요.”

불지사 신도인 박춘성(49)씨는 “평소에 몸이 안 좋아 새벽에도 구급차에 실려가곤 했는데, 새벽예불에 꾸준히 참석하고부터는 더욱 건강해졌다”며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면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다”고 밝혔다.

부산 미타선원(주지 하림)도 예불에 참석하는 인원이 부쩍 늘었다. 4개월 전 새벽예불을 중심으로 신행생활을 주도하고 계시는 분들이 모여 ‘새벽 정진회’(회장 김선주)가 창립했기 때문이다. 새벽정진회는 새벽예불 참석을 시작으로 도반들에게 법회 참석을 권유하고 서로의 신행생활을 돕기 위한 모임이다.

김선주 회장(49)은 “새벽예불을 매일 드리면서 마음과 가정의 평안을 찾은 회원들이 많다”고 말한다. “예불에 참석하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게 되고, 그 변화를 가족들도 느껴 함께 예불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미타선원 주지 하림 스님은 “신행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로 독려하는 도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새벽정진회 구성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한다. 하림 스님은 “현대인들은 불규칙적인 생활과 ‘빨리 빨리’하는 조급한 생각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다”며 “새벽예불에 참석하게 되면 밤늦게 까지 술을 마시거나 TV를 보는 대신 생활을 계획적으로 하게 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한다.
남동우ㆍ여수령ㆍ하성미 기자 |
2007-09-24 오전 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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