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총무원장 지관)과 태고종(총무원장 운산)이 서울 신촌 봉원사의 도난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조계종과 태고종 봉원사는 8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98점의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998년 도난당한 이들 문화재는 2000년 도굴단이 검거됨에 따라 현재 국가에 압수되어 있는 상태다.

2000년 당시 국가가 도굴단에게서 압수한 문화재는 수백여 점에 달한다. 하지만 당시 봉원사는 문화재의 도난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범행이 워낙 완벽했던 데다, 복장유물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개봉하지 않아 사찰에서도 어떤 유물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복장유물의 원소유자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도굴범 중 한 명인 서상복씨(대구교도소 수감 중)가 지난 6월 ‘한국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1999년 여름 봉원사에서 파손되지 않은 <직지> 완질본을 훔쳤다”고 주장함에 따라 봉원사 복장유물이 도난당했던 사실이 밝혀지게 됐다. 서씨는 지난해 9월 삼성리움박물관이 경기도 가평 현등사에 반환한 사리와 사리기를 훔친 인물이기도 하다.

조계종과 태고종 봉원사는 서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복장유물이 도난당한 사실과 검찰에 의해 압수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동으로 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소장에는 조계종 봉원사 주지 법안 스님과 태고종 봉원사 주지 환우 스님이 원고로 기재되어 있으며, 청구대상에는 <능엄경 언해본>을 비롯한 금사경과 다라니경 등의 성보가 포함되어 있다.

봉원사는 현재 법적으로 소유권은 조계종에, 점유권은 태고종에 귀속되어 있는 이른바 ‘분쟁 사찰’. 조계종과 태고종 두 종단 모두 소유권을 주장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잡음이 여러 차례 일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함께 힘을 모아 문화재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계종과 태고종 봉원사는 “도난당한 불교의 성보(聖堡)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문화재보존에 대한 연대책임의 중요성을 느껴 대승적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조계종과 태고종 봉원사는 8월 8일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14일 참고자료를 제출했으며 20일 피고인인 대한민국에 소송안내서가 발송돼 23일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김형남 변호사는 “9월 20일경 쯤 회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송이 승리하게 되면 해당 문화재는 신촌 봉원사에 모셔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