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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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이를 부처님의 길로 안내합니다
불교임종간호 활동
터미널케어(terminal care)라고도 불리는 임종간호는 시한부 인생을 살거나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돕는 일을 말한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젓갈을 팔아 자식을 키워낸 박모씨(66세, 여). 암 판정을 받고도 일을 계속하던 그는 배달을 다녀오던 길에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의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것은 몇 달간 임종간호를 해주던 전옥자씨(수인봉사단 회장)의 휴대전화 번호. 기독교신자인 박씨의 자녀들에게 전씨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부처님의 길로 안내해드리는 것이 자녀의 마지막 도리가 아니겠냐”고 설득했고, 자녀들도 그 뜻에 따라 어머니를 사찰에 모셨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사찰을 찾던 첫째 딸은 몇 달 만에 결국 어머니가 걸었던 ‘불자의 길’을 선택했다. 개종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밝혀준 불교임종간호를 통해 새로운 가르침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잘 사는 법(웰빙, Well-Being)’에 못지않게 ‘잘 죽는 법(웰다잉, 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을 편하고 아름답게 맞이하기 위해 건강한 삶의 태도를 갖자는 ‘웰다잉’은 그러나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갑작스레 시한부 인생이나 죽음을 선고 받은 사람 대부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 한탄하거나 분노하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임종간호다.

▷임종간호란?
터미널케어(terminal care)라고도 불리는 임종간호는 시한부 인생을 살거나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돕는 일을 말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편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hospice)와도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임종간호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환자에게 죽음이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이 완화되도록 돕는다. 또한 올바른 생사관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갈무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임종간호의 목적은 의학적인 치료를 동반한 ‘수명 연장’이 아닌, 환자의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마무리하도록 하는데 있다. 환자에 대한 상담뿐 아니라 환자를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고, 임종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과의 갈등을 풀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족상담 등도 넓은 의미의 임종간호에 포함된다.

불교임종간호 봉사모임인 수인봉사단 김종기 기획실장은 “육체 치료를 우선시하는 임종치료는 환자와 가족에게 재정적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안기고 있다”며 “오늘날에는 무조건적인 육체 치료보다는 환자 스스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종치료가 더욱 필요하다”며 임종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죽음의 공포로 인해 어떤 위안으로도 큰 위안을 얻지 못한다. 때문에 임종간호는 종교적인 가르침을 통해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환자가 죽음의 무게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종교계 임종간호 현황
이미 개신교나 가톨릭 등에서는 임종간호 봉사가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가톨릭의 경우 1988년 가톨릭의대부속 강남성모병원에서 처음으로 호스피스 서비스가 제공된 데 이어 전국적으로 호스피스 조직을 갖추고 있다. 개신교 역시

불교계에서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천태복지재단, 진각복지재단 등 종단의 복지재단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복지단체로는 수효사 효림원(02-313-5124)과 사회복지법인 연화원(02-2202-5831), 조계종 포교사단(02-927-0588), 환희불교복지대학(051-203-9436) 등에서 ‘케어복지’ ‘호스피스’ 등의 이름으로 임종간호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영천 은해사와 김제 금산사 등은 지역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와 협약을 체결하고 케어복지관 불교특별전형 과정을 운영해 불자 사회복지사 영성에 기여하고 있다.

능행 스님이 운영하는 청주 정토마을은 1999년부터 호스피스 병동을 갖추고 임종간호를 펼치는 한편, 간병 봉사자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도 노인요양시설을 집중적으로 설립하며 임종복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종간호와 포교
임종간호는 임종을 맞는 사람 뿐 아니라 그 가족들이 임종간호를 통해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포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종간호는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종교적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임종자 스스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우치고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가족들과의 묵은 오해나 갈등을 풀고 마음을 치료함으로써 임종자와 그 가족들이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기회를 갖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임종 후에도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고인을 떠난 보낸 아픔을 다독이고 종교적인 믿음으로 아픔을 치유하도록 돕는다.

수효사 효림원 무구 스님은 “불자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수행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재를 겸비한 임종간호사로 거듭날 수 있다”며 “올바른 임종문화가 정착될 때 우리 사회와 가정, 개인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삶고 또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를 보호하는 가족이 지켜야 할 사항>

1. 환자 앞에서 크게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화자 앞에서 우는 것은 환자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므로 늘 미소를 지으며 대한다.

2. 환자를 돌볼 때는 자비심으로 대해야 한다. 가족들은 평소 환자에게 쌓인 분노가 있더라도 분노 대신 안타까운 마음, 자비스러운 마음으로 환자를 대한다.

3. 환자를 앞에 두고 몸 상태를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환자의 기분을 잘 살핀다.

4. 환자의 마음 상태를 잘 살핀다. 환자는 본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답답하게 생각한다. 이때 가족들은 환자 입장에서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환자를 대화로 설득해야 한다.

5. 환자 앞에서 가족들은 가급적 대화를 삼가고 손님이 찾아올 때는 환자가 듣지 않도록 다른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6. 임종이 가까워오면 환자의 방(병실)을 청결히 한다. 머리 위에 수건 등의 물체를 걸어 두거나 놓아두지 않는다.

7. 환자가 맑은 정신일 때 미리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임종 때는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경건한 분위기에서 환자가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염불을 들려준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8-28 오후 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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