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속이는 사회. 교육현장에서 이제 더 이상 거짓말이 통해서는 안 된다. 신정아씨의 가짜학위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가짜 학력’이라는 초유의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되어 너나 할 것 없이 신음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 받았던 인사가, 유명 교수가, 인기 연예인이 줄줄이 학력 허위를 고백하거나 의혹에 휩싸였다. 심지어 대규모 도심 포교당 성공 신화를 낳았던 스님마저도 학력 위조 바이러스 보균자임이 드러나며 모든 불자들과 국민들이 ‘가짜’와 ‘위조’ 사이에서 앓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동국대였다. 신정아씨의 가짜학력이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사회에 드리워져 있던 ‘비양심’의 뿌리들을 들춰내는 계기가 됐다. 물론 이 사건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온 국민을 아프게 하고 있다.
동국대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학내 교직원 전원의 학력과 경력을 검증하기로 했다. 신정아씨 사건으로 세상에 망신을 톡톡히 당한 동국대이고 보면 이 같은 결정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총장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전 교직원의 학력과 경력을 검증한다는 계획은 그나마 학교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검증을 얼마나 제대로 하여 학내의 청정도를 환기시키느냐 하는데 있다. 동국대는 이번 특별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방향 그리고 결과들을 한 치의 숨김이 없이 공개하고 검증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덮어주기나 축소 조장 등 ‘두 번째 화살’을 맞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