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서울 대교구가 1년 간의 살림살이 규모와 내역을 공개했다. 종교계가 회계감사자료를 공개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종교계는 성역이라는 인식으로 재정의 사용처 등을 밝히는데 긍정적이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종교계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금씩 형성되어 온 터에 이번 가톨릭 서울대교구의 회계감사 결과 공개는 많은 해석을 가능케 한다. 종교단체의 회계감사 결과 공개는 신도들에 대한 의무의 일환쯤으로 보는 측도 있고 이 일을 과세의 가능성으로 묶어 가려는 측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쟁에 앞서 불교계 현실은 어떤가? 사찰재정의 투명화는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다. 그렇지만 재정 투명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현재의 회계 시스템 점검을 하거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위한 종책을 수립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형식에 가까운 종단 자체 회계감사로 투명화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이므로 언제든지 보완 수정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재정 투명화와 관련, 불교계는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문제다. 스님과 신도들의 의지가 앞서지 않으면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다. 거기에 종단차원의 제도가 뒷받침 되고 철저한 검증 절차가 도입되어야 한다.
사찰과 종단의 재정 투명화는 시대의 흐름이 아니라 불교계 자체의 도덕성과 청정성을 회복하는 자기구제의 사명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