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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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분절 현대적 전승-효 생명존엄성 일깨우는 날로
노성환 교수의 우란분절 이야기3
음력 7월 15일에 행하는 우란분절 즉 백중행사는 우리만이 가지는 고유의 명절이 아니다. 중국, 일본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이 날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아시아 국가가 공통적으로 백중의 문화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불교의 힘이 절대적이다.

일반적으로 우란분이라는 말의 기원이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의 거꾸로 매달려 받는 고통이라는 의미인 우람바나(ullambana)에서 유래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혹자는 그 기원은 인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역의 이란에 있다고 했다. 즉, 영혼을 의미하는 이란어 우르반(urvan)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우란분회는 서역으로부터 전해져 인도에 정착하였고, 그것이 다시 불교에 흡수되어 동방으로 전해져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베트남 등지로 확산되어 토착의 조령제 및 농경의례와 습합되어 정착되었을 것으로 사려된다. 이처럼 불교의 우란분회는 세계성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종교행사이자 민속행사이다.

일본은 우란분회를 설날에 필적할 만큼 2대 명절로 발전시켰고, 대만에서도 그에 못지않게 곳곳에서 큰 행사를 벌인다. 이에 비하면 오늘날 우리의 백중행사는 너무 초라하다. 단지 불자들에 의해 사찰에서 자신들의 조상천도기도에 그치고 있고, 또 의식도 통일되어 있지 않아 절마다 각기 다르게 행하고 있다. 그것도 대개 오전 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날이 어떤 날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이다. 나는 우리의 백중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그 의미를 현대사회에 맞추어서 되살릴 필요가 있다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는 백중을 효를 실천하는 날로 만드는 일이다. 백중은 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불교행사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죽은 조상뿐만 아니라 산 조상도 위하는 날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거 일본에서는 백중날을 기해 죽은 조상뿐만 아니라 산 조상도 보살피는 날이었다. 이런 전통을 살려 자신의 부모를 비롯한 불우한 노인들을 돌보는 효의 날로 삼자는 것이다.

둘째는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돌보는 자비의 날로 만들자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백중날 자신의 조상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이승으로 오는 아귀들에게 베푸는 시아귀회를 빠뜨리지 않고 실시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만의 경우는 자신의 조상보다 아귀들을 접대하는 데 더 중점이 가 있기도 하다. 이는 매우 소중한 의미를 시사해준다. 즉, 자기 사랑이 아닌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베여있기 때문이다. 백중을 기해 자리이타의 기반으로 하는 자비를 실천하는 날로 만들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셋째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참회의 날로 삼자는 것이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백중에는 스님들이 하안거 기간에 지은 죄과를 들어서 여러 대중에게 고백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것을 확대하여 승려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잘못이 있으면 참회하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더군다나 백중이 있는 7월은 1년 중 절반이 지나간 시기이다. 그러한 기회를 가질 때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근면하고 선량한 마음으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는 언행을 조심하는 근신의 날로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백중은 조상을 절에 서 차려진 식사회에 초청하여 대접하여 돌려보내지만, 중국과 일본은 그렇지 않다. 7월 한 달 내내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머문다. 그러므로 그 기간 동안에는 여러 가지 금기사항이 있었다. 특히 대만에서는 이 기간 동안 수영을 하거나 밤길을 걷고, 또 휘파람을 부는 등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약혼과 결혼식, 이사, 개업식 등과 같은 가정에 있어서 중요한 일들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그만큼 몸가짐을 경건하게 하고 말과 행동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되살려 백중을 기해 근신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바쁘게 살아가며 거친 말을 마구 쏟아내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백중을 기해 불교민속예능을 발전시켜나가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우란분회는 목련의 효도 있고, 또 지옥이라는 테마도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바탕으로 불교민속예능을 발전시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에서는 목련의 이야기가 중원을 맞이하여 여기저기서 인형극 또는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진다. 이러한 것이 기반이 되어 호남성 회화시(懷化市)에서는 목련희 학회가 성립되었고, 또 그 학회가 91년 2월과 3월에 복건성에서 국제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사찰에서 소중히 보관해두는 지옥도를 내어 백중날 절에 찾아오는 아이와 신도들에게 친절하게 상세히 설명하며, 죄업을 짓지 말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우리도 이러한 예능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중국 운남성 보미족이 사는 어느 마을 광장 벽에는 온통 지옥도가 그려져 있다. 이를 보고 자라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 보다 훨씬 더 정신적으로 안정되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인정할 것이다.

다행히도 오늘날 우리 일부 사찰에서 백중을 맞이하여 ‘백중맞이 경로잔치’, ‘생명해방 대축제’를 개최하여 효의 사상과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기도 한다. 그리고 2002년 부산시의 어느 사찰에서는 목련존자의 어머니 구원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며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비록 일부이지만 백중을 죽은 자들뿐만 아니라 산 자들 위해서 지역축제로 발전시켜 지역 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연극을 통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불교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효와 자비 그리고 참회와 근신을 바탕으로 불교민속예능을 만들어 발전시켜나갈 때 진정한 백중의 의미가 싹틀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것을 백중을 기해 기대하여 본다.
노성환 교수(울산대) |
2007-08-21 오후 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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