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기어, 샤론 스튼, 제니퍼 로페즈, 앨라니스 모리셋, 마이클 스타입, 패티 스미스, 허비 헨콕, 필립 글래스, 조지 루커스. 이들의 공통점은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세계적인 영화배우거나 뮤지션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불자들이다. 할리우드의 별들 가운데 불자는 몇 명이나 될까? 정확한 수치가 파악되진 않지만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 한다. 할리우드 뿐 아니다. 스포츠 스타라든가 유명 법조인 가운데 불교에 귀의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왜 그들은 불교에 귀의 했을까? 오랜 세월동안 유전자로 전해진 종교적 전통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한 스타들의 삶은 어떨까? 참으로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그들이 스타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불교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를 아는 것은 불교가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의 종교인가를 파악하는 길이 될 것이다.
간헐적으로 유명 스타들이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거나 대화하는 보도가 나왔고 그때마다 불자들은 우쭐했다. 단편적인 보도에도 기분이 좋은데 할리우드의 불자스타들의 성장과정과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는 도전기, 마침내 꿈을 이루는 감격과 스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거기다 그들의 불교에 대한 굳은 신념을 확인한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것이다.
<할리우드 붓다>는 그런 즐거움을 전해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성휴 스님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직접 만나거나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쓴 스타들의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은 불교다. 불교를 접함으로써 더 없이 값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 성휴 스님은 불교라는 키워드로 그들의 사생활과 정신세계 그리고 열정과 좌절을 놓치지 않고 분석하고 정리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성휴 스님은 “아주 즐겁게 일했다”고 말했다.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스님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야기를 썼다면 ''연세‘는 얼마나 되셨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 것이다. 그리고 주저 없이 30대 혹은 40대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성휴 스님은 올해 환갑이다.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를 어려움 없이 구사하는 환갑의 스님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얘기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한국의 불교계가 반성하길 바란다”는 것. 성휴스님에게 <할리우드 붓다>의 주변 얘기들을 들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불교에 귀의하는 양상은 어떤가요?
“그들이 귀의한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대의에서는 구별할 필요가 없지만, 거의가 달라이라마의 영향을 받아 티베트 불교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리처드 기어가 그렇고 그에게 영향을 받아 귀의한 샤론 스톤도 마찬가지에요. 한국불교가 세계라는 무대에서 ‘명함’을 내 놓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 산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도 소홀하다는 것입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불교에 귀의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함입니다. 스타가 되기까지의 고난과 된 이후의 삶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용해시키며 무한한 평안을 얻는 겁니다.”
-그 평안은 어떻게 드러납니까?
“훨씬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드러나고 남을 위한 봉사와 기부로 나타납니다. 그들은 참으로 성실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리처드 기어의 경우 ‘할리우드 대법사’란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다니잖아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불자들에게 주고 싶은 암시가 있다는데 그게 무엇입니까?
“정신 차리자는 겁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향한 불교계의 관심이 너무 초라합니다. 미래를 심지 않는 이 현실을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오늘을 사는 우리들 아니겠습니까? 할리우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청소년들의 관심거리잖아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불교의 아름다운 가치를 배우길 바랍니다. 불교는 어렵고 딱딱한 종교가 아니라 즐겁고 보람 있게 살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임을 이해하라는 것이지요.”
-다른 스타들의 얘기도 수집하셨는지요?
“원래 45명의 이야기를 출판할 계획이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열되면 방만해질 것 같아 최종적으로 9명을 선택했습니다. 책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세계적인 스타들이죠. 타이거 우즈, 헤리슨 포드 같은 사람들입니다. 또 유럽의 스타들과 명인들의 불교 귀의와 삶에 대한 자료들도 챙기고 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몇 권 더 출간할 생각입니다.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불교는 생활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삶의 가치를 스스로 점검하고 고양시키는 것이지 겁주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청소년 문화운동과 해외 교류, 이를테면 홈스테이나 스터디 그룹과 각종 동아리 교류 등을 추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