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먹으란 말이야?”
요즘 TV프로그램이나 언론매체에서 쏟아지는 식품 관련 기사를 보면 이런 한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중국산 김치와 찐쌀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난 후 최근에는 트랜스지방이 과도하게 함유된 도넛, 농약이 검출된 가루녹차 그리고 찜질방 등에서 즐겨 먹는 구운 계란에까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그렇다고 경고가 내려진 식품들을 전혀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시하는 ‘안전한 먹을거리 가이드’를 통해 막바지 여름 건강을 챙겨보자.
▷트랜스지방-인스턴트식품 섭취 줄이고 트랜스지방 함량 꼼꼼히 살펴야
올해 초부터 패스트푸드 업체와 제과업계를 중심으로 ‘트랜스지방 제로(0)’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트랜스지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을 마가린ㆍ쇼트닝과 같이 반고체 상태로 가공할 때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체중 증가와 해로운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질(LDL) 증가로 심장병ㆍ동맥경화증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업체들의 노력으로 식품 100g당 트랜스지방 함량은 2005년에 비해 80% 정도 낮아졌다고 식약청은 밝혔다. 식약청이 서울지역에서 판매되는 대형 프랜차이즈형 제과점 제빵류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조사한 결과, 평균 0.36g 정도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시 소재 100여개 초등학교 급식에서도 마가린은 모두 버터로 대체됐으며, 전이나 튀김에도 대두유나 채종유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트랜스지방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수입식품에서는 트랜스지방 함량이 3.2~5.7g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생산제품의 트랜스지방 함량 0.1~0.5g에 비해 최고 10배 이상 높은 것이다. 패스추리의 경우 국내 생산제품의 트랜스지방은 100g당 0.5g인데 비해 수입 패스추리는 5.7g이었다. 도넛의 경우도 국내 생산제품은 0.5g인데 비해 수입제품은 3.2g으로 역시 수입제품의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월등히 많았다.
여기에 더해 ‘트랜스지방 제로(0)’라고 표기된 제품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식양청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시한 트랜스지방 표시 기준안에 따르면 제품 100g당 ‘트랜스지방 0.5g 미만’은 ‘저트랜스지방’으로, ‘트랜스지방 0.2g 미만, 포화지방 5g 미만’은 ‘무트랜스지방’으로 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패스트푸드업체나 제과업체들이 정확힌 함량을 공개하고 있기 않기 때문에, ‘무트랜스지방’이라고 표기된 식품도 2~3개 정도 섭취할 경우 트랜스지방 1일 허용 기준치를 넘어설 수 있다.
식약청은 “냉동 피자와 마가린 쇼트닝 등이 사용된 패스트리나 도넛, 햄버거 등의 섭취를 줄이고 마가린이나 쇼트닝 대신 올리브유 등 자연산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 패스트푸드ㆍ튀김ㆍ패스트리ㆍ도넛 등의 섭취를 줄이고 △마가린을 사용하는 경우 가능한 한 티스푼당 2g 이하로 사용할 것 △한번 튀긴 기름은 다시 사용하지 말고 △개봉한 기름을 냉장 보관할 것 등을 당부했다.
▷녹차: 농약 검출 제품 확인 후 폐기…무조건 불신보다 믿고 소비를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녹차에서 맹독성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시중에 유통 중인 국산 녹차 중 동원가루녹차와 동서가루녹차에서 살충제인 EPN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고, 수입산 중에서는 유기농녹차 등 5개 제품에서 살충제의 일종인 비펜스린이 낮은 수준으로 검출됐다는 것이다. EPN농약은 사과나 배, 담배 등의 진딧물과 잎말이나방 등의 살충제로 사용되며 허용 기준치는 0.005ppm이하다. 비펜스린은 사과나 배추, 차 등에 살충제로 사용되며 기준치는 0.3.ppm이하다.
보도 후 식약청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두 제품을 긴급 회수ㆍ폐기토록 처분했다. 관련 업체들은 “가루녹차의 경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해당 제품을 전량 폐기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항의는 거세기만 하다. “몸에 좋다고 해서 먹은 제품에 독성 농약이 웬말이냐”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하루 100여 건의 환불 요구에 시달리고 있으며, 업체 홈페이지에도 항의 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는 이번 조사결과로 마치 ‘모든 녹차’에 농약이 든 것으로 오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기준치를 초과한 두 제품을 제외한 다른 녹차에서는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무조건 녹차 제품을 버리기보다 검사결과에 제시된 해당 제품의 이름을 정확히 확인해 볼 것”을 주문했다.
식약청은 현재 관련 업체에 대해 건엽(乾葉) 등 원료와 제품을 정밀조사를 시행 중이며, 다른 업소의 시중 유통 제품도 수거해 검사하고 있다. 또 앞으로 녹차제품을 ‘특별관리대상식품’으로 지정, 정기적으로 시중 유통 제품을 수거ㆍ조사할 예정이다. 식약청은 “원료 녹차 및 재배농가에서 녹차 잎 채취 시 휴약기간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 농약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소비자들도 인증을 통과한 녹차 제품을 믿고 구입해야 제다 농가들이 경제난으로 쓰러지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구운 계란-유통기한ㆍ껍질 균열 확인, 섭취 전 냄새 맡아봐야
찜질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구운 계란 먹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차역이나 터미널, 도로변 휴게소, 편의점 등에서도 간식용으로 구운 계란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유통ㆍ보관상의 부주의로 인해 쉽게 상하므로 식중독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 식약청의 설명이다.
식약청은 8월 13일 구운 계란 제품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 예방을 위해 제조ㆍ유통, 판매업소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안전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소비자는 제품 구입 시 유통기한과 계란 표면에 균열이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섭취 전에는 제품에서 상한 냄새가 나는지, 곰팡이가 피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유통ㆍ판매업자들 역시 바람이 잘 통하고 습도가 낮은 서늘한 곳에 제품을 보관하고, 보관기간을 다른 계절보다 짧게 설정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유통ㆍ운반 과정 중에 제품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판매 시에는 균열이 가거나 곰팡이가 핀 제품을 골라내도록 했다.
식약청은 앞으로 구운 계란에 대한 유통기한 설정 및 제품 포장방법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