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6.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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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여성 수행자의 역할에 대한 국제회의’ 대회 참관기
운월 스님 7월 18~20일 독일 대회 참가
“비구니스님ㆍ율장학자 지속적 논의 이어나가야”
7월 18~20일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불교 여성 수행자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제1회 국제대회. 사진제공=운월 스님

지난 7월 18~20일 독일 함부르크대학 아시안ㆍ아프리칸연구소와 불교학재단은 함부르크대학에서 ‘불교 여성 수행자(비구니스님)의 역할’을 주제로 ‘제1회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티베트 비구니 계단과 계맥 복원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번 국제회의에 국내에서는 전국비구니회장 명성 스님을 비롯한 비구니스님 35여 명이 참가했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운월 스님(동국대 강사)이 보내온 참관기 전문을 싣는다.

독일의 상업 중심 도시이자 아름다운 무역항인 함부르크에서 7월 18~20일, ‘불교 여성 수행자(비구니스님)의 역할’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명성 스님과 수원 봉녕사승가대학장 묘엄 스님, 율원장 적연 스님, 前 조계종 문화부장 탁연 스님을 비롯한 비구니스님과 불교여성개발원 김인숙 원장, 이향순 교수(미국 조지아대) 등 35명이 참가했다. 또한 사캬디타(Sakyadhita, 세계여성불자협회)의 쏘모 스님과 팔모 스님, 스리랑카의 란지니, 닥터 헤마, 스리랑카 비구니 쿠수마 등 많은 비구니스님들도 참석했다.

대회 첫날 함부르크대학 총장과 이번 대회를 후원한 아시안ㆍ아프리칸프로젝트연구소장의 인사말 그리고 티베트 린포체들과 여성 수행자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돌마 링의 발표에 이어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명성 스님의 격려사가 배정되어 있었다. 이는 비구니 계맥이 존재하는 한국 비구니의 비구니 계단 설정에 대한 대회 주최 측의 요청과 격려가 매우 크다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국 측 주제 발표로는 해주 스님(동국대 교수)이 ‘조계종 2부승(비구, 비구니) 구족계 제도와 사분율’을, 석담 스님(미국 버지니아대 박사과정)이 ‘근대 한국 비구니 승가에 있어 2부승제의 복원’을, 이향순 교수가 ‘조선시대의 비구니 승가의 변천’을 각각 발표했다. 또한 묘엄 스님은 국내 비구니 도량으로 처음으로 1999년 금강율원이 설립된 봉녕사 승가대학과 금강율원의 교육과정, 연구 활동 등을 영상물로 소개했고, 대회 마지막 날에는 청암사 승가대학의 수행생활도 영상물로 소개됐다. 이처럼 한국 비구니스님들이 국제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예전에 비해 큰 변화이자 아름다운 보살행으로 느껴졌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존자의 주체로 열린 대회라는 것이다. 덕분에 세계의 남방불교, 대승 불교, 밀교의 각 전통을 간직한 스님들과 학자들이 대거 초빙되어, 함께 율장의 계맥과 전통 및 역사를 조명하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토론하는 장이 펼쳐졌다. 반면 일부 율사 스님들은 너무 완고해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대회 발표 중 참가자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주장은 “어느 특정 전통이 아니라 ‘부처님 법’으로 하자”는 말이었다. 각 나라의 불교 전통을 찾아다니며 수행한 서양인들의 결론이자 지혜인 듯싶었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이번 학술회의는 티베트 불교에 비구니 승단을 설립하기 위해 세계 각 승가의 증명(證明)을 받기 위해 열리는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지만, 실제 참가해보고 느낀 문제점은 다른 데 있었다.

왜냐하면 티베트에는 이제껏 비구니가 없는데, 이는 있다가 소멸된 것이 아니라 불교가 도입 될 때부터 아예 비구니 계맥(戒脈)이 들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티베트 비구니 승가 설립은 티베트 비구스님들에게는 전통에 없던 새로운 역사를 일으키는 것이며, 이러한 새로운 역사적인 일에 티베트의 대표적인 4종파 가운데 몇몇 린포체들은 그리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티베트에 비구니 승단을 설립하려는 취지와 계획이 주로 서양 출신의 비구니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티베트 여성 수행자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돌마 링의 견해에 의하면 실제로 티베트 여성 수행자들 자신의 뜻인지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았다.

서양 출신의 비구니들은 개인적으로 한국이나 대만에서 4분율(달마굽타 계통의 율장) 전통의 비구니 수계를 받았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인정이 되면 티베트 비구스님들의 ‘설일체유부’의 전통과 다르게 되며, 그러면 두 가지 율장의 전통이 티베트 불교에 존재하게 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게다가 서양 출신의 비구니들이 티베트 비구니 승가의 원조가 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티베트 원로 비구스님들이 환영할 리 없고 그래서 티베트 비구스님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서양 비구니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함부르크대학의 아시안ㆍ아프리칸 프로젝트의 후원으로 대회가 성립되고, 비구니 승단의 설립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장이 마련된 것은 뜻 깊지만, 다각적인 입장과 견해가 있어 단기간에 쉽게 결정 날 일은 아닌 듯 보였다. 그래서 이번 대회같이 세계 각 전통의 스님들의 견해를 듣고 율장 학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장이 단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대회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달라이라마 존자의 법문이 있었다. 달라이라마는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에는 성(性)의 차별이 없었다가, 농업과 목축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영토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일어나면서 힘이 중요하게 생각되었고, 전쟁과 점령을 겪으면서 남성들이 더 높은 위치를 얻게 되었지만, 현 시대는 물리적인 힘이 중시되는 시대가 아니라 교육에 의해 그 능력이 평가받는 시대”라고 했다. 또한 “부처님도 여성을 출가시켰으며, 출가한 여성 가운데는 절을 짓거나 부처님 불사를 하거나 깨달음을 얻은 비구니도 있어서, 부처님 생존 시에도 여성이 열등하거나 낮은 위치는 아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도 말씀하셨다.

티베트 여성 출가자인 아닐라들은 아직 비구니 승가는 없지만, 교육환경이 그렇게 차별 받는 여건은 아닌 듯 보였다. 법문을 듣는 기회도 비구스님들과 똑같이 주어지고, 경전을 배우거나 안거를 하는 것도 차별은 없다고 한다. 또한 게쉬(경전을 가르치는 강사스님) 자격을 일부 아닐라들도 부여받는 변화된 모습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아직 한국처럼 비구니 강사나 율사가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비구스님들에 의해 교육받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수계할 때도 2부승 제도보다는 비구스님에게만 수계 받는 1부승 제도를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

이틀간에 걸쳐 열린 학술대회는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발표를 경청하는 명성 스님과 묘엄 스님 같은 어른 스님들의 모습에서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난 후 21일에는 달라이라마 존자와 발표자들 간의 만남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결정되었다.

1. 세계 각 전통의 여러 스님과 율장의 학자들이 독일의 함부르크에 모여 티베트 비구니 승가의 창립을 위한 역사적인 모임을 가졌다.
2. 세계 각 전통의 스님들과 학자들이 모여 각 전통과 율장에 대해 발표와 토론을 하였다.
3. 티베트 비구니 승가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통도 아닌 율장 자체만의 전통으로 하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 멀지 않은 시간에 인도의 델리나 편리한 지역에 모여 각 전통의 특수한 사항이 아닌 부처님 율장의 공통부분만을 새롭게 결집하는 모임이 필요하며, 그 율은 티베트 전통인 밀교전통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티베트어로 번역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전통에 따라 다르게 변한 사항은 논장과 같은 문헌에 의거해서 바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그리고 포살과 자자와 안거의 세 가지를 반드시 실천해야 하며, 통일된 율장을 실천하는 비구니 승단을 원한다.

여기에 덧붙여 달라이라마는 “형식도 중요하지만 부처님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형상에 걸리지 않고 실상(實相)에 근거해서 실천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방편이 되는 계율과 승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대회에서 서양 비구니들이 개인적으로 받아온 비구니계는 인정하지만, 그들을 티베트 비구니의 시조로 인정하지는 않으려는 점이 보였으며, 대부분 서양 비구니들이 계를 받은 우리나라와 대만의 4분율 계통에서는 약간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계맥은 반드시 현존하고 있는 계맥에서 받아야한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인데, 그것이 티베트 비구니 승단의 설립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의 현실을 볼 때, 전통이 다른 계맥을 받아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워 보이며, 더구나 서양인 비구니가 계사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정서를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달라이라마의 입장은 매우 난감해 보였다. 비구니 승단 설립이라는 시대적인 요청에 응하고 싶어도 각 종파 지도자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땅이 된 본토 불교와 망명정부로 있는 티베트의 현실로는 이러한 역사적인 모임과 세계 각 전통의 스님들과 학자들의 제의와 토론 등 여론이 필수적인 것이며, 이러한 역사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한 번도 비구니 승단이 없었던 티베트 불교에 비구니 승단을 설립할 수 있는 순조로운 향해가 될 발판이 마련되는 것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많은 기대를 갖고 떠난 회의가 아직 답보상태인 것은 유감이지만, 이러한 실망감은 티베트 비구니 승단이 설립될 때 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운월 스님(동국대 강사) | snoopy@buddhapia.com
2007-08-03 오전 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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