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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같은 말'
<마지막 선물>/오진탁 지음/세종서적 펴냄/1만원
죽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생명과 무정물도 생성과 소멸의 길을 벗어날 수 없다. 지금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바로 생성과 소멸의 틈에 있다. 그것을 보고 느끼는 ‘나’라는 존재 역시 생성과 소멸의 틈에 존재하는 유한의 존재일 뿐이다.

태어남도 살아가는 과정도 죽는 것도 다 별개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하나의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살림살이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은 같은 것이다. 우리는 매순간 살고 있고 도 매순간 죽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죽음을 삶과 다른 것으로 여긴다. 지금의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죽음 자체에 대한 언급과 생각을 피하려고 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단계에서 지금의 생명이 끝난다고 믿는 한 그 두려움은 피할 수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죽음을 이해하면 삶이 행복해지고 죽음이 두렵거나 회피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순간’으로 받아들여진다.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다. 죽음은 무엇인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잘살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추구되고 있는 가운데 잘 죽는 것의 가치에 대한 관심도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웰빙이 곧 웰다잉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긴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 죽음에 대한 학제적 접근을 처음 시도한 오진탁 교수(한림대 철학과)는 10여 년 간 ‘생사학’을 개척해 왔다. 1997년부터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죽음준비 교육, 자살예방 교육 등을 꾸준히 강의해 왔다. 또 죽음에 대한 인식의 각도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착안, 생사체험교실 웰다잉 전문과정 강좌 등을 운영해 온 것.

오 교수가 최근 펴낸 <마지막 선물>은 죽음에 대한 학제적 접근과 생가에 대한 관심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생사일여(生死一如)’의 입장에서 오 교수의 논지는 시작된다. 국내 1000여 개가 넘는 종합병원에서 매일 수많은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임종실을 갖춘 병원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데서 오 교수는 우리 사회의 죽음에 대한 이해의 폭을 진단하고 있다.

오 교수는 <마지막 선물>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이해의 각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교정시키고 있다. 특히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사회의 풍속도에 대한 상세한 진단과 대안 모색은 죽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 사회, 국가 차원의 문제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건강한 ‘죽음문화’가 정착된 사회가 건강한 삶의 문화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오 교수의 견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만 생각했을 뿐, 존엄한 죽음의 권리를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우리 삶은 죽음에 의해 마감되므로, 웰빙은 웰다잉에 의해 완성됩니다. 잘 묵지 못한 삶은 결코 웰빙일 수 없습니다.(중략) 불시에 찾아오는 죽음을 준비도 없이 맞이하기 전에, 어떻게 죽을 것인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볼 때가 되었습니다.”
임연태 기자 | mian1@hanmail.net
2007-08-06 오전 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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