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매우 민망스러운 사진 한 장이 떠돌고 있다. 부산의 한 지하철 역 구내에서 십자가를 든 ‘빨간 조끼’의 남자가 탁발을 하는 스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 속 ‘빨간 조끼’의 남자는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만 스님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경전을 읽는 스님 표정은 참담함 그 자체로 읽힌다. 반면, ‘빨간 조끼’의 남자는 스님에게 회개내지는 개종을 종용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기독교 내부의 정서와 상관없이, 갈수록 극성스러워지는 전도 행위가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서고 있는 지경이다. 경기도에서 NGO 활동을 하는 한 스님도 인근 지역 교회의 책임자로부터 개종을 요구 받았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대학원도 보내주고 집과 차를 사주는 등 생활을 책임지고 결혼도 시켜 주겠다고 회유를 해 ‘일갈’로 뿌리쳤다는 얘기였다. 숭산 스님의 제자 현각 스님이 서울의 지하철에서 “당신은 미국인이면서 왜 하나님을 믿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신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얘기는 한국의 스님들에게도 익숙한 경험담이다.
다종교 사회에서 국민이 화합하기 위해서는 종교간 다툼이 없어야 한다. 종교 지도자들은 화합을 말하지만 생활 현장에서는 어처구니없이 광적인 선교행위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민족의 문화와 역사, 국민의 정신을 건강하게 이끌어 가려는 종교계의 노력이 아쉬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