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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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불심 안고 또 다른 기행 약속...
대불청 부산지구 법우들 지리산 노고단서 평화 발원
레프팅으로 젊음 만끽

지리산. 민족의 영산이라는 이름은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여름의 지리산은 어떤 것도 젊게 만들 수 있는 푸른 기운으로 가득했다. 대한불교청년회 부산지구(회장 손정현)가 지리산을 찾았다. 7월 14일부터 사흘 동안 45명의 법우들이 ‘2030 명상기행, 마음을 찾아 떠나는 길’을 찾아 지리산의 푸른 기운 속으로 스며든 것이다. 기자가 그들의 여정에 동참하는 목적은 ‘취재’였지만 막상 출발하는 순간부터 삼일간은 서로의 목적을 잊어버린 ‘어우러짐’이었다.

# 첫째 날-천은사(泉隱寺), 청정수 같은 삶 발원
젊은 법우들이 처음 여장을 푼 곳은 구례 천은사.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서체가 눈길을 붙잡는 한 여름의 천은사는 적멸의 순간처럼 조용하고 그윽했다. 잠시의 휴식 뒤, 법우들이 보제루에 둘러앉았다. 발우 공양을 위해서다. 이미 여러 차례 발우 공양을 해 본 법우들이라 전혀 어색함이 없이 공양이 진행됐다. 발우를 받아들며 맑은 청수를 붓고 각자의 양에 맞게 밥과 반찬을 담아 죽비와 함께 합장을 했다. 밥과 반찬을 비우고 단무지로 남 김 없이 닦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수로 마무리했다.

청수처럼 세상을 맑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발원을 담은 발우 공양, 그 청수 속에서는 한 여름 밤의 별들이 담겨 빛나고 있었다.
4개조로 나누어진 법우들은 각자의 ‘수호보살’, 비밀친구를 기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조용히 그리고 몰래 접해진 법우를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아싸조’, ‘삼족오’, ‘찌리찌리’... 각조의 개성을 담은 코믹한 이름과 율동과 구호 속에 법우들의 체온이 전해지고 구법의 열기도 뜨겁게 달구어 졌다.

#둘째 날-지리산, 하늘 아래 그 아득함이여...
지리산 노고단, 장쾌한 산세에 가슴이 탁 트이고 하늘과 가장 가깝게 선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법우들의 마음이 숙연해 진다. 이데올로기와 역사의 아픔 속에 이슬로 사라진 넋을 위로하고 고통의 역사가 아닌 평화와 사랑을 기원하는 제(祭)을 올렸다.
그리고 계속되는 산행, 한 걸음 한걸음이 천길만길 낭떠러지를 걸어가듯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걸어가는 내내 조금만 신경을 늦추면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고 가픈 숨을 헉헉거렸고 한걸음 내딛고 있을 때 마다 무릎에는 고통이 진하게 전해져왔다. 그러나 나약해 보이는 여성법우, 이모를 따라 참가한 초등학생, 딸과 함께 참여한 나이 지긋한 보살님, 누구도 포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음을 찾아 떠나는 길이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겠다는 다짐처럼 걸음걸음마다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20km. 9시간의 산행,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그 아득한 길에 법우들의 발자국이 꽃으로 별빛으로 피어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찾아 깨달음을 얻으면 이렇게 야단법석, 축제의 장이 펼쳐질까? 황석산 수련장 앞마당에서 법우들은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작은 등불을 가운데 두고 심진 스님의 노래에 맞추어 손을 흔들고 소리를 쳤다. 힘들었던 산행의 고통도 기쁨으로 바뀌었다. 법우들은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가족 같은 끈끈함으로 가까워졌다.

#세째 날-청년의 생명력 영원히...
“돌진! 앞으로~!” 황석산 앞으로 흐르는 협곡에서는 ‘한산대첩’이 재현된 듯 기상천외의 레프팅 전쟁이 펼쳐졌다. 각조로 나누어 보트를 타고 한 시간가량의 짧은 물놀이를 마쳤다. 서로에게 물을 끼얹고 보트를 뒤집으며 젊은 혈기를 나눴다. 그러나 즐거운 놀이는 한창 즐거울 때 마쳐야 했다. 즐거움은 한량없이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알맞을 때 그치는 용기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함양 상림 연꽃의 숲. 천연 기념물 제154호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이자 최대 규모의 연꽃단지가 구성되어 있는 아름다운 숲을 거닐었다. 그리고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타협하지 않으며 고고하게 자라 아름답게 꽃피우는 연꽃 같은 청년이 되기를 발원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어요. 헤어지게 되어 정말 아쉬워요.”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버리고 오는 여행이었어요.”
“나도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돌아오는 길에 짧게 드러내는 법우들의 소감. 마음속에 갈무리 된 감동과 각오가 새로울수록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이제 지리산을 마음속에 옮겨 두고 웅혼한 정기를 삶의 에너지로 사용하는 또 다른 기행이 남아 있을 뿐.

지리산=글/사진 하성미 기자 | hdbp@hanmail.net
2007-07-25 오전 1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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