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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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空함을 알고, 듣는 자신을 바로 보라"
인터뷰-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저 파도소리를 들을 때 소리를 따라서 시비ㆍ분별을 일으키지 말고 듣는 자를 바로 본다면 너도 부처, 나도 부처임을 깨닫는 진리의 섬이 됩니다.”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한 후 송광사 수련원에서 10여년간 수련회를 지도하다가 11년 전부터 고흥 거금도에 금천선원을 개원해 수련회를 열고 있는 일선 스님. 오랜 간화선 실참을 바탕으로 스님은 파도 소리를 듣는 성품을 관하여 화두로 들어가는 선(禪) 수행을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범부들은 소리를 들을 때 그 소리를 따라가서 분별을 하고 번뇌를 일으켜 고통을 당합니다. 하지만 수행자는 일체의 소리를 들을 때 소리가 소리가 아니고 그 이름이 소리인 줄 알아서 소리의 성품이 본래 공(空)함을 살펴 소리를 따라가지 않고 듣는 성품을 곧바로 보게 됩니다. 들을 줄 아는 이 자리에는 일체의 소리와 분별이 끊어지고 마치 허공과 같아서 아무런 흔적이 없습니다.”

수행자는 소리를 들을 때 바로 듣는 성품을 돌이켜 들어 소리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들음이 자유롭게 되면 보고 맛보고 냄새맡고 촉감을 느끼고 뜻으로 헤아리는 가운데에서도 자유로운 경계를 증득할 수 있다. 이것이 이근원통법으로서 관세음보살이 도(道)에 든 인연으로 관음기도의 본질이다. 이런 도리를 안다면 관음정근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뭣고?’ 화두를 들 수 있다고 한다.

“불안하거나 험한 한 생각이 일어나면 바로 알아차리고 ‘관세음보살’을 염하면 망상이 사라지고 바로 아는(관하는) 마음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더 나아가면 바로 이뭣고 화두로 들어갑니다.”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지만 눈앞에 분명하게 또렷이 홀로 밝아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이것이 무엇인가 하는 ‘이뭣고?’ 화두가 무르익으면 일할 때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이어진다. 스님은 운전할 때를 예를 들며 ‘차선일여(車禪一如)’의 공부를 이렇게 설명한다.

“운전할 때는 ‘운전하는 놈(주인공, 본래면목)’이 화두인데, 다만 졸음이 오거나 일어나는 망상에 따라가다 보면 운전을 놓치게 되므로 바로 알아차리고 돌이켜 화두를 들면 운전과 화두가 둘이 아니어서 ‘운전삼매’를 이루게 됩니다. 이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화두가 둘이 아니어서 일마다 삼매를 이루어 점점 업력(業力)은 녹아지고 지혜가 드러납니다. 또한 깊은 혼침에 빠졌을 때에도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손을 움직이고 걸음을 걸어보면 바로 나타나는 것이 화두이므로 이것을 돌이켜 바로 화두를 챙기면 됩니다.”

스님은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조금도 구애 받지 않고 활발발한 가운데 나타나는 이것(화두)을 들고 가다 보면 그 공덕으로 나타나는 삼매의 낙(樂)이 깊은 잠속으로 이어져서 마침내 깊은 무명(無明)인 잠까지도 녹여버린다”고 한다. 이근원통법을 참선으로 연결시켜 효과적인 수행지도를 하고 있는 스님은 오늘도 해조음 같은 시원한 법문으로 정진을 당부한다.

“저 파도소리를 따라서 곧장 들어가면 소리는 없고 다만 들을 줄 아는 성품이 나타나는데, 여기가 누구나 가지고 있어서 세상의 만 가지 난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섬입니다.”
김성우 객원기자 | buddhapia5@daum.net
2007-07-24 오전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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