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동국대가 신정아(여·35) 교수를 임용하는 과정에서 신 교수가 주장하는 학부 졸업대학인 캔자스대학에는 학위 확인요청 서류조차 안 보내는 등 학·석사 학력조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또 한 번의 충격을 주고 있다.
동국대는 7월 17일 관련 보도문을 통해 “동국대가 2005년 9월 내부 결재용 기안문서를 토대로 발표한 착오였고, 확인 결과 예일대 최종학력 조회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동국대의 이 같은 발표는 당초 신씨를 교수로 임용할 당시 캔자스 대학 측에 학력 조회 요청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을 뒤집은 것으로 신씨의 교수 임용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지난 11일 이상일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임용 당시 예일대와 캔자스대에 신씨의 학력 조회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캔자스대로부터는 회신이 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동국대 측은 신씨 학력 조회를 위한 기안문만 작성되고 실제 실행되지 않은 데 대해 “당시 임용 대상자가 여러 명이라 실무선에서 누락된 것 같다”며 “사건이 불거진 후 서둘러 학교 입장을 밝히느라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진상위원회는 “캔자스대에서 받은 학력조회 결과(7월 17일 캔자스대로부터 받은 이메일) 신씨는 이 대학에서 1992년 봄학기부터 1996년 가을학기까지 재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최근 각 언론에서 제기한 대로 신씨의 학·석사 학위가 가짜라는 의혹이 결국 맞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학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실무자의 단순 착오가 아니라 신씨를 교수로 만들기 위해 前 총장 등 대학 고위 관계자들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일부에선 제기되고 있다.
올해 2월 이사회에서 신 교수의 가짜 학위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가 5월 해임된 前 이사 장윤 스님(전등사 주지)은 “신 교수를 특별 채용하는데 홍기삼 前 총장과 영배 스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국대가 예일대측에 2005년 9월 박사학위 조회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도 동국대가 보유 중인 등기우편 영수증에 실제 수신처가 나와 있지 않는 데다 당시 공문이 제대로 도착했는지 등기번호로 조회해 본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객관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대해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항공우편으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 임용 당시 예일대 명의로 동국대에 전달된 ‘신씨가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내용의 팩스도 번호가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다.
진상위원회는 “예일대로부터 수신한 2차 이메일(7월 16일)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임용당시 예일대로부터 회신된 학력조회 시 팩스에 기재된 발신번호 203-432-6904는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실 팩스 번호임을 확인해 주었다”며 “하지만 형식이나 서식은 예일대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예일대측은 이 번호와 관련된 팩스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를 현재 계속 진행중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조작된 내용이 담긴 팩스가 어떻게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실의 팩스 번호가 찍힌 채 동국대에 전달됐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씨는 16일 오후 12시45분(현지 시간)쯤 뉴욕 존 F케네디 공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 “논문 표절을 고졸 학력으로 깎아내린 언론들에는 아무 할 말이 없다. 행선지는 맨하튼이다”는 말만 남긴 채 성급히 공항을 떠났다.
한편 동국대 진상조사위원회는 7월 20일 이사회 이후 그동안의 진상조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