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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보광사(주지 혜명) 목조관음보살좌상에서 발견된 <보협인다라니경>을 비롯한 고려시대 경전 인쇄물이 불교중앙박물관에 모셔졌다.
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단장 범하)와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은 7월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후, 불교중앙박물관에 모셔진 경전 인쇄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유물은 지난 5월 29일 문화유산발굴조사단이 ‘불교문화재 일제조사’ 일환으로 안동 보광사를 조사하던 중, 목조관음보살의 실측을 위해 불상을 옮기다 <정원신역화엄경소> <인본다라니> 등의 인쇄물이 흘러내리면서 발견됐다.
문화유산발굴조사단 문화재조사팀 박상준 팀장은 “복장유물의 경우 인위적인 개봉이나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자 불문율이지만, 이번 경우는 유물이 흘러내림으로써 복장으로서의 상징성이 상실됐고, 추가적인 훼손이 우려돼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에서는 개판 시기가 1007년으로 추정되는 <보협인다라니>와 <범서총지집> <금강반야바라밀경> 등의 고려시대 인쇄물 그리고 누군가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저고리 1점 등 총 10종 193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서병패 문화재전문위원(고문서 기록분야)은 “<보협인다라니경>은 일본 동경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1007년 조성 보협인다라니경과 같은 판본으로 추정된다”며 “보협인다라니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한 변상도 역시 한국 판화미술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랜 작품”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박윤미 문화재전문위원(복식사)은 “복장에서 나온 저고리는 심한 구김이 있으나, 거의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며 “저고리 소재를 비단인 견사(絹紗)이고 네 올이 얽혀 직조된 라(羅)로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박 위원은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복장일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광전의 주불로 모셔져 있던 목조관음보살좌상은 그간 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그 양식이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돼 오던 작품이다. 두껍게 발린 개금으로 자세한 형태를 알 수 없던 보관(寶冠)을 X-ray 촬영한 결과, 정밀한 공예 기법이 드러나게 됐다. 개금은 약 10여 년 전 행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범하 스님은 “이번 조사는 13세기 불상과 목판인쇄술 연구에 큰 자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신앙의 대상인 불상과 복장유물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종단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란? |
문화재청이 주관하고 문화유산발굴조사단이 조사를 담당하는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는 전국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불교문화재를 조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02년부터 시작해 10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올해는 경북 북부지역인 안동ㆍ의성ㆍ영양ㆍ울진 등이 조사 대상 지역이다.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는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존 처리를 진행함으로써, 불교문화재 전반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빈번히 발생하는 사찰 문화재 도난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찰 소장 문화재를 일제 조사하는 것은 1930년대 조선총독부의 일부 조사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