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는 순천 선암사가 도난당한 탱화를 돌려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한 동산인도 청구소송에 패소한 것과 관련, 7월 6일 논평을 발표해 강한 유감을 표현했다.

문화부는 논평에서 “이번 판결은 도난당한 불교문화재는 경위야 어찌됐건 손에 넣는 사람이 주인이며 공소시효만 지나면 장물을 사고파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도굴꾼들의 논리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문화재 도난품[장물]의 매매가 보다 용이해지고 활발해 질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부는 “도난문화재를 오래 점유하고 있었다 하여 그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선암사 도난문화재에 대한 판결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한 뒤, “최근 개정된 문화재보호법(7월말 시행예정)은 ‘문화재의 매매 등 거래행위에 관하여는 「민법」 제249조의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는 만큼, 법의 실효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암사는 도난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도록 하는 반환운동과 도난문화재 공소시효 배제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백양사박물관은 성명서를 통해 "이 판결은 귀중한 문화재의 도난과 매매를 법으로 정당화시켜준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될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순천 선암사 도난문화재 판결에 대한 논평

전문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재협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7일 순천 선암사가 도난당한 탱화를 돌려달라며 상대인에게 낸 동산 인도 청구소송에 대하여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도난당한 귀중한 불교문화재가 경위야 어찌됐건 손에 넣는 사람이 주인이며 공소시효만 지나면 장물을 사고파는데 아무 지장없다는 도굴꾼들의 시장논리를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 불교문화재의 비중과 가치는 매우 크다.

그러한 까닭에 도난범들의 표적이 되어, 종교의 예배대상으로 조성된 성스러운 문화재가 사찰을 떠나 여기저기에서 거래되어 재화적 가치로만 인식된 채 엉뚱한 곳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선암사의 판결은 문화재 도난품[장물]의 매매가 보다 용이해지고 활발해 질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도난문화재의 근절을 위해 『불교문화재도난백서』(1999년)를 발간하고, 문화재 도난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개선에 노력해왔다. 그 결과 최근 개정된 문화재보호법(7월말 시행예정)은 ‘문화재의 매매 등 거래행위에 관하여는 「민법」 제249조의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법의 개정은 문화재 도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라 할 수 있으며, 법의 실효성이 기대되는 바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외국 박물관의 경우 과거에 약탈한 문화재를 스스로 원래 소장처인 본국에 반환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된다는 운동이 늘어나고 있으며,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식과 법질서는 점차 성숙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도난문화재를 오래 점유하고 있었다 하여 그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선암사 도난문화재에 대한 판결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며, 결국 모든 사찰 문화재의 도굴이나 절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계종은 이러한 재판부의 안일한 판결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며, 앞으로 도난된 문화재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세부적인 법과 제도의 보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불기2551(2007)년 7월 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