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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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어우러짐을 위한 거대한 진혼의 굿판
이대흠 첫 장편소설 <청앵>
댐 건설 후보지인 전남 장흥군 유치면 일대는 산 좋고 물 좋고 들이 넓어 사람 사는 장소로는 최고의 땅이다. 특히 중국인도 한국에 있는 동양 3보림 중의 하나이고, 선종이 우리 나라에 가장먼저 들어와 정착돼 현재 조계종 뿐 아니라 한국불교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가지산 보림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유치지역은 지난 100여 년간은 사람 노릇하고 살기가 힘든 곳이었다. 1894년 일어난 갑오농민전쟁 당시, 유치면이 포함된 장흥군 일대는 농민군의 최후 격전지였다. 또 오십 년 이상 된 집이 한 채도 없었을 정도로 한국전쟁 당시 군경 및 빨치산들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었다.

1994년 <창작과비평>과 1999년 <작가세계>에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대흠씨(본지 객원기자)가 출간한 첫 장편소설인 <청앵(靑櫻)>은 수몰된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해선지 사실적인 사건을 빌려 쓴 듯 작품이다.

첫머리에 새봄의 역동적 풍광이 생생하게 묘사해 앞으로 전개될 구성진 이야기의 양상을 미리 짐작하게 하고 있는 <청앵(靑櫻)>은 마을 사람들의 첨예한 갈등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사실과 허구의 역학을 잘 조율함으로써 사뭇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시한다.

특히 근현대사에서 비극적 역사 한가운데에 있었던 전남 장흥군과 유치면을 주요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 자체의 외연을 확장했다. 이념적 대립의 희생양이 되어 안정된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마을사람들의 고통이 현실적 갈등에 파장을 미치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은 젊은 청년들이 100여년간, 공권력의 횡포 속에 수난 당해온 지역민들의 소통과 갈등 해소의 장으로 마련하는 진혼굿을 올리는 것으로 역사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역사의 맥을 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승되어오면서 얽히고 설켜 옹이로 가슴에 박혀버린 한을 사회적 차원에서 풀면서 푸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는 것이다. (02) 322-2164

청앵
실천문학사 |이대흠 지음
9800원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7-07-05 오후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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