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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마음을 치유한다
영화치료, 새로운 심리치료 요법으로 부상
접근성이 높고 치유 효과가 큰 영화치료가 새로운 심리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6월 13일 불교상담개발원(원장 정덕)이 주최한 영화치료 강의 현장. 사진=박재완 기자

영상의 시대다. 오늘날 영상은 문자를 대신하는 정보 전달 매체로 자리 잡았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의 범람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영상 그 중에서도 영화를 잘 가려보면 심리문제를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새로운 심리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치료(cinematherapy)’가 그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영화를 심리치료의 매체로 활용하는 ‘영화치료’는 지난 1930년대 유행했던 독서요법이 시대상황에 맞게 변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의 심리에 동화됨으로써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독서요법과 마찬가지로, 영화치료는 영화 속 상황과 인물을 자신과 동일시함으로써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접근이 용이하고, 상황에 대한 몰입과 감동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영화치료의 장점이다.

지난 6월 13일 불교상담개발원(원장 정덕)이 주최한 ‘영화치료’ 월례특강에서도 영화치료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영화치료전문가 김준형 이사(한국영상응용연구소 상담센터 ‘사이’)의 지도로 진행된 이날 특강에서는 영화 ‘하치이야기’를 감상함으로써 ‘슬픔과 상실감 다루기’를 시도했다. ‘하치이야기’는 실화에 기초한 것으로, 매일 기차역에서 출퇴근하는 주인을 마중하던 하치라는 개가 주인이 죽은 후에도 10년 간 기차역에서 주인을 기다린다는 스토리다.

이날 참석한 40여 명의 상담원들은 1시간여 동안 영화를 감상한 후 그룹별 토론을 실시했다. 가장 먼저 말문이 열리는 이는 역시 영화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다. 애완견을 키웠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당시 자신의 애완견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 됐다는 고백도 잇따랐다. 김 이사는 “영화를 보며 슬퍼하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고, 마음으로 고통을 경험하고 인정하고 표현할 때 비로소 슬픔은 변형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김 이사는 “영화가 심리치료 매체로 이용될 수 있는 이유는 관객이 객관적이고 의식적인 자아를 가진 상태에서 주인공이나 상황에 동일시를 느끼기 때문”이라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므로 치유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영화치료는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의 지도로 영화 <하치 이야기>를 감상하고 있는 불교상담개발원 상담원들. 사진=박재완 기자

하지만 영화치료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에 영화치료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어떤’ 영화를 봐야할까? 사람마다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시각차가 크고, 오락영화의 경우 치료효과가 크지 않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스토리 중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유사하고 치유 효과가 큰 영화를 고르는 것이 좋다. 한국영상응용연구소(visualtherapy.co.kr) 등의 전문기관에서는 상황에 맞는 영화를 선별해 제공하고 있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학생에게는 ‘제리 맥과이어’를, 외모로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뮤리엘의 웨딩’을, 대인공포증 환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를 권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 보느냐다. 영화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문가의 지도다. 영화는 접근이 쉽고 치료효과도 뛰어나지만 잔류효과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즉, 영화를 보고 난 감동이나 치유심리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유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그 효과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안내가 필수적이다. 치료적 영화 관람을 위해서는 영화 줄거리 대신 인물을, 액션 대신 관계를, 결과 대신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영화가 함축하고 있는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 관람 후 치료자와 상담가 사이에 토론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교수(대구사이버대)는 “앞으로 영화나 영상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영상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 같은 영화와 심리학의 결합은 디지털시대를 알리는 새로운 심리치료방법이다”고 말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6-25 오전 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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