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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6월 11~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회의를 열고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과 ‘조선왕조 의궤(儀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자문위원회의 권고 사항은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승인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번 등재는 고려대장경의 조성이 시작된 지 1000년이 되는 2011년을 앞두고 국내에서 다양한 기념사업이 준비되고 있는 시점에 결정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이번에 등재된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판을 포함한 8만7000여 장의 불교 경판을 일컫는다.
팔만대장경이라고 불리는 해인사대장경판(국보 제32호)은 불교 경전이 한자로 새겨져 있는 세계 유일의 목판본으로, 수천만 개의 글자 하나하나가 오ㆍ탈자 없이 고르고 정밀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에는 해인사대장경판 이외에도 고려시대 새긴 목판 2835매가 있다. 이 ‘고려각판’은 모두 54종 2835판으로, 이 중 28종 2725판이 국보 제206호로, 26종 110판이 보물 제734호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각판은 현재 해인사 동ㆍ서 사간판고(寺刊板庫)에 봉안되어 있다.
‘제경판’은 해인사가 소장한 경판 중 팔만대장경판을 제외한 불교경전, 역사, 고승문집, 판화 등을 새긴 경판을 지칭한다. 팔만대장경판이 국가기관인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새겨진 것과 달리 제경판은 지방관청이나 절에서 새긴 것이다.
국제자문위원회는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그 내용이 광범위하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고유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자권에서 불교가 지속적으로 포교될 수 있도록 기여한 바가 인정되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권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보존상태 및 향후 보존계획
국제자문위원회에 제출한 등재 신청서에 따르면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처음 제작됐을 때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도 인쇄가 가능할 정도로 보관 상태가 훌륭하다. 또한 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부 기관의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으며 해인사도 자체적으로 전문 관리기관을 두고 보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관람객 증가로 인한 경판보존의 유해성을 차단하기 위해 2005년부터 ‘3단계 장경판전 탐방제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일제강점기 때 시행된 부적절한 보수로 인해 경판 손잡이 부분의 철제가 부식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복원과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따라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국제적 보존ㆍ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유네스코의 보조금 및 기술적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해인사 장경판전은?
대장경판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제52호)은 15세기 건축물로 세계 유일의 대장경판 보관용 건물로,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흔히 ‘팔만대장경’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당시 등재된 것은 대장경판 보관시설인 장경판전이다. ㅁ자 형태의 장경판전은 앞면 15칸, 옆면 2칸 크기의 두 건물(수다라장과 법보전)과 양쪽 끝에서 마주보고 세워진 건물(동ㆍ서 사간전)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해인사는 대장경판 보관시설(장경판전)과 보관물(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모두가 유네스코 등록 유산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룸과 동시에,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받게 됐다.
고려대장경이란?
고려대장경은 고려시대에 불경(佛經)과 장소(章疏)를 집대성해 인간(印刊)한 불경을 말한다. 1011~1087년 조성된 초조(初雕)대장경과 1090년 전후에 편찬된 교장(敎藏), 1236~1251년 조성된 재조(再雕)대장경을 통칭한다. 재조대장경의 경판 수가 8만여 점이라고 해서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초조대장경과 교장은 전란(戰亂)으로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일본과 국내에 초조대장경 300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tip - 세계기록유산이란? |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은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 교육ㆍ과학ㆍ문화 기구)가 1992년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인류의 기록유산을 가장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능한 많은 대중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거나, 민족문화를 초월하는 뛰어난 사회적ㆍ문화적 또는 정신적 가치를 가지는 자료 등이 선정된다.
신청 절차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가 등록 신청 대상 문화재를 선정하면 매 2년마다 국가나 개인, 단체 등에서 신청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국제자문위원회는 사전심사와 최종 심사로 등록권고를 결정하며,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승인을 거쳐 등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현재 전 세계 59개국 120건이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2001년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