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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 스님 시집 '아득한 성자' 나와
“좋은 말을 하려면 입이 없어야 하고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없어야 한다”는 말로 제19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던 오현 스님(시조시인. 신흥사 회주). 스님은 “좋은 말을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되니 정지용 선생에게 누가될까 염려된다”며 수상을 부끄러워했었다.

제19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은 ‘아득한 성자’. 전문은 이렇다.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김남조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하루살이의) 짧은 생애의 풍요로운 충족을 읊고 있어 충격적이고 시의 지평확대를 아니 지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평론가 김재홍 교수(경희대)도 “이슬방울 하나에서 영원을 보고 모래 한 알에서 우주를 읽어내는 구도적인 명상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근래 시단의 한 성과”라고 평했다.

오현 스님이 제19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시집 <아득한 성자>를 냈다. 수상작 외에 80여 편의 근작들을 담았다. 구도자(시인)의 눈에 걸리는 우주의 모든 사물과 정황들이 시어를 통해 생명을 얻고 그 생명의 힘은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부양해 준다. 자유시와 시조 산문시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5부로 나뉘어 실렸지만 모든 시편들이 구도와 깨침의 맥박으로 뛰고 있다.

고은 선생은 오현 스님의 시 세계를 ‘격외(格外)와 ’의외(意外)‘로 읽었다. “벽에 그림을 걸어 두었더니 그 그림이 살아나서 그린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게 되다니! 이 격외와 의외가 안개 자욱한 내설악 안개 걷히운 외설악을 아우르고 있다니!”라며 “과연 오현음(五鉉吟의 높이로다”고 경찬(慶讚)했다.

그러나 정작 오현 스님은 “모든 것을 다 내다 버려야 할 사람이, 부처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까지 다 내다 버려야 할 놈이, 시를 쓰고 상을 탐하여 상을 타게 된 것이 낮꿈이 아니니 묵형(墨刑)을 받는 것 같다”며 “몸에 털이 나고 머리에 뿔이 돋는다”고 거듭 겸양을 내비친다.
임연태 기자 | mian1@hanmail.net
2007-06-14 오후 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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