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19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은 ‘아득한 성자’. 전문은 이렇다.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김남조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하루살이의) 짧은 생애의 풍요로운 충족을 읊고 있어 충격적이고 시의 지평확대를 아니 지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평론가 김재홍 교수(경희대)도 “이슬방울 하나에서 영원을 보고 모래 한 알에서 우주를 읽어내는 구도적인 명상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근래 시단의 한 성과”라고 평했다.
| |||
고은 선생은 오현 스님의 시 세계를 ‘격외(格外)와 ’의외(意外)‘로 읽었다. “벽에 그림을 걸어 두었더니 그 그림이 살아나서 그린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게 되다니! 이 격외와 의외가 안개 자욱한 내설악 안개 걷히운 외설악을 아우르고 있다니!”라며 “과연 오현음(五鉉吟의 높이로다”고 경찬(慶讚)했다.
그러나 정작 오현 스님은 “모든 것을 다 내다 버려야 할 사람이, 부처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까지 다 내다 버려야 할 놈이, 시를 쓰고 상을 탐하여 상을 타게 된 것이 낮꿈이 아니니 묵형(墨刑)을 받는 것 같다”며 “몸에 털이 나고 머리에 뿔이 돋는다”고 거듭 겸양을 내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