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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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마음으로 산에 오릅니다”
불교산악인회 10주년 기념법회 현장
제10차 전국불교산악인대회에 참가한 성남불교산악회 회원들이 금정산성에 도착해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등산이란 자기극복의 예술이다.” -보이텍 쿠르티카
산에 오르는 행위를 수행으로 삼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들을 우리는 ‘불자 산악인’이라고 부른다. 산에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산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자비의 마음을 담는 것은 등산(登山)이라는 행위의 위대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6월 10일, 부산 범어사가 자리 잡은 금정산 기슭에 불자 산악인들이 모여들었다.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총재 양춘동) 창립 10주년 기념 법회와 제10차 전국불교산악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회원들이 찾아온 것이다.

오늘의 등산 코스는 금정산의 최고봉인 고당봉(해발 802m). 바위산이긴 하지만 산길이 험하지 않고, 사철 물이 마르지 않으며 황금색이 난다는 금샘과 사적 제215호 지정된 금정산성 등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코스다. 부산불교산악회(회장 강갑균) 회원들은 일찌감치 등산로 곳곳에 자리 잡았다. 길 안내와 회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불교산악인회 회원들은 등반을 하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아 내려온다. 사진=박재완 기자

오전 9시. 성남불교산악회(회장 김인현) 회원 40여 명이 등산을 시작했다. 성남불교산악회는 하루 전인 9일 저녁 성남을 출발해 10일 새벽 통도사에서 새벽 예불을 모신 뒤 바로 금정산 산행에 임했다. 모두들 잠 한 숨 자지 못했지만 지친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 기업 임원으로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김인현 회장(유한킴벌리 이사)은 “한 달에 한 번 산악인회 회원들과 등산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의 피로도 풀리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산행은 얼마나 높은 산을, 얼마나 많이 다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오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로 손을 잡아주고 물을 나눠 마시기도 하고 흥겨운 노래를 불러주며 힘을 북돋우는 모습에서 회원들 간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범어사를 출발한지 1시간 남짓 지났을 때 금정산성에 도착했다. 산성 누각에 걸린 플래카드와 시원한 약수가 회원들을 기다린다. 땀 흘린 후 마시는 물 한 모금은 그야말로 감로수(甘露水)다. 나무 등걸에 앉아 다리를 토닥이며 고당봉을 바라본다. “아휴. 아직 한참 남았잖아. 저렇게 험한데 어떻게 올라가지?” 아직 까마득한 봉우리가 마음을 무겁게 했는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러자 회원 한 분이 다가와 웃으며 말한다. “산꼭대기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면 금방 지쳐요. 천천히 오르면서 나뭇잎도 만지고 계곡물에 손도 담그고 숨을 깊게 들이쉬면 ‘산에 왔구나’하고 느끼죠. 그게 등산의 참 맛이에요.”

말 한마디에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자 힘이 솟는다. 다시 산을 오른다. 산성까지 원만하던 산길이 금정산성을 기점으로 조금씩 가팔라진다. 발걸음은 더디지만 오히려 몸은 가볍다. 하지만 김순현(68) 할머니의 가방은 정상에 가까울수록 무거워진다.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물병이며 쓰레기를 주워서 가방에 담기 때문이다.
6월 10일 금정산 등반에 참가한 불자산악인들. 사진=박재완 기자

“산은 시원한 물이랑 바람을 공짜로 내주는데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어떡해. 버린 사람이 있으면 누구라도 주워야지. 산에 오는 사람들이 산을 아껴야 더 오래 산을 볼 수 있지.”

11시가 넘어가자 마창불교산악회, 원주불교산악회, 대경불교산악회를 비롯해 전국 지역 산악회 회원들이 산행을 시작했다. 고당봉에 올라 금샘을 거쳐 다시 범어사로 돌아오기까지 누구 한 명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산행이 끝났다. 범어사 공양간에서 먹는 비빔밥 한 그릇에 산행의 피로가 풀린다.

오후 2시, 본행사인 제10차 전국불교 산악인대회가 시작됐다. 법회에는 전국불교산악인회 명예총재인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과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대회장 양춘동 총재, 조계종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 부산불교신도회 홍병수 회장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법회에서는 제주불교대학산악회와 밀양불교산악회, 대전중앙불교산악회가 새로 가입했다. 이로써 지역 단위산악회는 총 41개가 됐다. 또한 김춘식 이사가 조계종 총무원장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산악인회를 이끌어 오는데 노력해 온 강갑균(수석부총재) 지우하(부총재) 김만국(제주지부장) 정대석(광주불교산악회 사무국장)씨가 포교원장상을 받았다.
산악인대회가 끝난 후 범어사 대웅전 앞에서는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총재 양춘동) 창립 10주년 기념 법회가 봉행됐다. 사진=박재완 기자

혜총 스님은 법문을 통해 “산과 나를 분별하는 사람은 산을 오르면서도 산을 만나지 못하고 산이 들려주는 오묘한 불법의 진리를 듣지 못한다”며 “그저 산이 좋아 등산하는 것이 아닌, 진정 자연을 부처님으로 여기면서 하나가 된다면 산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참다운 불자로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자산악인들을 독려했다.

법회를 마치며 2000여 불자 산악인들이 낭독한 발원문에는 진정한 불자로, 진정한 산악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진심이 담긴다. 금정산 자락에 울려 퍼진 음성은 더 큰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갈 것이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자연을 보존하고 살리는 산악인이 되겠습니다. 나 자신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며 서로 살피는 이가 되겠습니다.”
이날 법회에서는 신입 회원단체 4곳이 가입했다. 이로써 산악인회는 총 41개의 지부가 됐다. 사진=박재완 기자

tip -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는?
불자 산악인들의 모임인 대한불교전국산악인연합회(이하 산악인회)는 1997년 6월 1일 충남 보은 법주사에서 창립했다. 현재 41개 지부에 5만여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 산에서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느끼고, 산행을 통해 신심을 증진시키기 위해 결성된 산악인회는 매년 1차례 정기 법회와 산악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손현수(초대ㆍ2대) 정인악(3대) 김정길(4대) 김진관(5대) 총재를 거쳐 현재 6대 양춘동 총재가 단체를 이끌고 있다.(02)735-0408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06-14 오후 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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