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 불고 있는 108배 바람
이아무개씨. 그는 소위 ‘견지동 사람’이다. 대학 졸업 후 불교계에 투신한 지 10년이 넘었다. 몸과 마음은 늘 부처님가까이 있었지만 바쁜 업무(?) 때문에 꾸준히 수행을 하지 못해 늘 가슴 한 쪽이 무거웠다. 그러던 그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5월 8일 방송된 ‘SBS 스페셜-0.2평의 기적, 절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서다.
그는 매일 저녁 집에서 108배를 하기 시작했다. 수행이 주목적이었지만 이번 기회에 평소 그를 괴롭혔던 어깨와 허리 통증도 완화시키고 싶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나오는 배도 좀 집어넣고 싶었다. 한 달여 가까이 된 지금 허리와 어깨 통증이 한결 감소한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이력이 붙어 “하면 할수록 괜찮은 수행”이라고 말한다.
‘SBS 스페셜-0.2평의 기적, 절하는 사람들’ 방송 후 불교계에 108배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조용하지만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의령 유학사에서는 최근 ‘거사 108예참안거’ 결사가 조직됐다. 108명의 거사가 5월 20일부터 하안거 해제일 까지 매일 가정에서 108 예참 기도를 하는 것이다.
108배 바람은 출판계에도 불어 조계종 출판사가 펴낸 〈절 수행 입문〉의 경우 3쇄를 찍었다. 불황인 불교계 출판계에서, 그것도 수행과 관련한 딱딱한 내용이 들어있는 책이 3쇄를 찍은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SBS 방송에 출연한 청견 스님(서울 법왕정사 주지)는 “이전에는 주로 노보살님들이 절을 많이 했는데, 방송 이후 20~30대 남성 직장인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는 수행 108배. 불교계를 뛰어넘어 범국민적, 범세계적인 수행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08배할 때 주의할 점은?
〈절 수행 입문〉에 따르면, 절 수행은 가까운 사찰이나 포교원에서 하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집이나 사무실도 무방하다. 다만 집에서 절을 할 경우 불상이나 불화를 모셔 놓고 청정한 마음가짐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절은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수행이기 때문에 호흡이 중요하다. 만약 호흡이 규칙적이지 않으면 피로가 오고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절을 할 때 숫자와 시간에 얽매여 헐떡거리며 절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를 관찰하면서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 수행도 다른 수행과 마찬가지로 의식과 절차를 마련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에서 할 때는 주변 정돈→향 피우고 마음 다지기→삼귀의례→참회발원→절 수행→좌선→회향발원→사홍서원 순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절 수행의 단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화두를 참구하거나, 염불, 주력, 사경, 위빠사나 등과 병행하면 훨씬 효과가 높다.
대표적인 방법은 △절을 하면서 마음으로 죄업을 참회하거나 △절을 하면서 불보살의 명호를 부르며 염불을 하거나 △절을 하면서 사경을 하거나 △108배나 300배 1080배나 3000배 등 절을 하면서 수를 헤아리는 방법 △절을 하면서 화두를 참구하거나 △절을 하면서 심신을 관하는 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절을 하면서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의 경우 반드시 선지식에게 화두를 받아야 하며, 정기적으로 지도와 점검을 받아야 한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사무국장 명연 스님은 “절을 한 후에 15분 이상 좌선에 들어 호흡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마음을 관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