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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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정복하는 곳 아니라 하나 되는 곳”
에베레스트 등정한 산악인 송귀화씨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순간 “그냥 좋았어요”
이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순간의 기분은 어떨까?
30년 전 산악인 고상돈씨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말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는 순간의 감회를 전했었다. 그의 흥분된 목소리는 인간의 도전 정신이 보여주는 위대한 결과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여성으로서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선 산악인. 그것도 59세라는 나이에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곳에 섰던 송귀화씨. 우리나라 여성 대원으로는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반 기록을 세운 그는 “그냥 좋았다”는 한 마디 뿐이었다. 정상에서 무엇을 보았느냐는 질문에는 “운이 좋았던지 날씨가 아주 맑아서 파노라마로 펼쳐진 히말라야의 원경을 30여분 동안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장 155Cm에 몸무게는 50Kg 정도. 그 여린 몸으로 그 같은 쾌거를 이룬 송씨지만 그 역사적인 순간을 말로 표현 하는 데는 지극히 평범했다. 마치 뒷동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간단하게 마을 풍경을 설명하는 사람처럼.

6월 2일 봉선사를 찾은 송씨는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주지 철안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등 모처럼 푸근한 시간에 빠졌다.

#7대륙 최고봉 등정이 목표, 이제 2곳 남아
5월 17일 송귀화씨는 히말라야의 티베트쪽 북동릉 루트로 정상을 올랐다. ‘프라잉 점프 2007 김해’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가한 송씨는 10시간의 사투 끝에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송씨에게 티베트 쪽 루트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티베트 사람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설산 행로이기 때문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초몰랑마라 부르는데 여성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송씨는 한 번도 여성이기에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위를 향해 오를 뿐이고 인연이 닿지 않으면 발길을 돌려 다음을 기약하는데 익숙해 있다. 산과 사람도 인연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복자로서의 산악인이 아니라 산에 대한 일체감으로 교류하는 산악인이고자 스스로 원력을 세웠기 때문이다.

“파워 젤 한 알을 먹고 정상을 향하는 순간 두려움은 없었어요. 실패할 것이란 생각도 없었고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오를 때 보다는 내려 올 때가 더 힘들었다는 송씨. 더러 목격하게 되는 시신들을 스치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관세음보살...”할 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기도였고 정진이었다고 회상했다.

송씨는 10년 전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6195m)를 오르는 길에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을 만났다. 그리고 불교에 귀의했다. 산을 오르는 일이 수행인 송씨에게 부처님은 큰 스승이 아닐 수 없다. 철안 스님과 여러 산을 오르며 산사람으로서의 ‘마인드’를 굳게 다질 수 있었다. 정상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는 것도, 셀파들을 인간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팀의 화합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불자로서의 자연스런 마음가짐으로 체질화 된 것이다.

무엇보다 송씨는 셀파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의 산을 경배하는 마음은 참으로 숭고해요. 순간순간 생명을 걸고 살아가는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다 배울 만 하다”고 전한다.

서울시청 공무원(보건직)이었던 송씨는 10년 전 킬리만자로를 오르고 난 뒤 본격적인 등반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이후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6959m), 유럽의 엘부르즈(5895m)를 비롯해 북미의 맥킨리(6194m)를 올랐다.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이 5개의 대륙 최고봉을 밟은 기록이 됐고 앞으로 남극의 빈센메시프(4897m)와 오세아니아주의 칼스텐츠(4884m)를 올라 7대륙의 최고봉에 인연을 맺을 각오다.
임연태 기자 | mian1@hanmail.net
2007-06-10 오후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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